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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람들

인간은 너무나도 어렵다.

by ARU Tris

사람에 대해 고민한다.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먼저 범위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친구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가? 지인과 친구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은 전부 지인일까? 지인이 아니라면 어떤 명칭으로 분류해야하는가?

정확한 기준이 없다. 기준을 세우기에는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지만 포함해야한다고 느끼는 이들이 하나 둘 존재한다.

애초에 그러한 분류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지 고민해본다. 그러한 나누기가 어쩌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본다.

나는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친구이고, 어디부터 지인인지. 그리고 어떤 이들이 진정한 친구인지. 그리고 그 고민이 잘못되었을지 다시 고민해본다.


친구의 범위가 애매하더라도, 확실하게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이 몇 있다. 자주 연락하면, 자주 대화하며,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낸다. 즐거움을 함께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몇 존재한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전부 성격이 너무나도 다르다. 초등학교 때부터의 절친, 중학교 3학년 때 함께 ucc를 만들면 친해진 친구 3명,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주기적으로 만나는 고등학교 친구들 4인. 그리고 각 그룹은 전부 그 성격이 극심하게 다르다. 성격이 다른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각 친구들과 함께할 때 내 성격도 조정을 한다. 그리고 거기서 큰 괴리감이 발생한다.

어떤 성격은 과연 내 진짜 성격인지. 어떤 '나'를 보일 때 내가 제일 편한지. 그리고 드는 생각은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나를 언제나 추구해야하는지. 친구는 어떤 존재여야하는지. 사람들은 어른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 친구는 몇 안 남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어떤 친구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아야 하는지. 이러한 고민 자체가 이기적인 것인지. 이런 생각이 옳은 것인지. 나는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친구들은 나를 걱정해 여러 조언들을 해준다. 하지만 그 조언들이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정중히 거절할 때, 그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그렇게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나를 놀릴 때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해는지. 그 정도가 조금 버겁지만 하지 말라고 하기엔 애매할 때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친구들은 나에게 도파민을 충전시킨다. 정확히는 과도한 도파민을 쑤셔 넣으려고 한다. 그런 친구들인 것이다. 천박하고 다소 함께할 때 부끄러워지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은 독대할 때 그 깊이를 느낄 수 있어 좋을 때가 있다. 천박하고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하지 않을 때, 다른 방식으로 웃긴 이야기들을 할 때 너무나도 재밌는 친구들이기도 하다. 그런 친구들과 함께할 때 그런 순간들을 위해 놀지만, 천박한 정도와 내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아져 가는 것을 느낄 때 내가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들이 그러한 길을 걸어가지 않게 막고 싶지만 말을 듣지 아니하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냅둔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

사람이 완벽할 수 없다. 특히 그 관계는 더더욱. 완벽할 줄 알았던 관계에서, 사람이 변하여 버거움이 생겼다. 인생이 힘들 때 행복함으로 채워줄 줄 알았던 이들이 부끄러움이 되어버리는 순간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들과 함께할 것이다. 완벽할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애초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것 같다.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말했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인간관계는 아주 마음에 든다. 나는 이런 관계가 조금 더 있으면, 지금 나의 사람들이 더욱 이런 수준에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어쩌면 비교이다. 나의 사람과 나의 사람을 비교하는 아주 이기적이고 잘못된 사고방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어려운 것 같다. 정답이 없는 인간과 그들이 맺는 관계는 나에게 너무나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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