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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육진심 Mar 05. 2024

아빠, '금' 밟았어. 아웃이야!

부모가 아이와의 '경계'를 지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청소년기 아이들이 꼭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심리적 독립’인데요.


심리적 독립이란?



‘심리적 독립’이란 부모에게 의존하여 사고하고 느끼며 행동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사고와 정서, 행동을 자유롭게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그전에는 아이가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태도를 갖고 있지 않았을까요?


사실 아이가 자신의 것이라고 믿었던 생각이나 감정은 부모의 것과 많이 비슷하죠.     

      

식당에서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할 때도, 좋아하는 책이나 옷을 고를 때도, 심지어 친구를 사귈  때조차 부모가 선호하는 것과 선호하지 않는 것의 범위에서 선택하게 되니까요.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요?


때로는 부모에게 반항하기 위해 부모가 싫어하는 것을 일부러 고르는 아이도 있지만, 아이의 내면에는 부모가 좋아하는 대상이나 가치 등이 선명하게 입력되어 있고, 그래서 부모가 선호하지 않는 물건이나 태도, 언행 등도 선택할 수 있는 겁니다.         


아이가 '심리적 독립'을 하지 않으면?


  

부모로부터 심리적 독립은 한 아이는 자신의 삶과 부모의 삶이 구별된다는 것을 알고, 부모에게 인정과 사랑을 과도하게 요구하지 않으면서,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해결하고자 하며, 부모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만약 아이가 청소년기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사랑과 인정을 요구하면서 매달리고, 부모의 감정과 생각에 쉽게 동요되며, 부모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 쉽게 분노한다면, 아이는 아직 ‘심리적 독립’을 하지 못한 겁니다.           


청소년기에 심리적 독립을 하지 않으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부모와 자주 대화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는 심리적인 독립을 능숙하게 해냅니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 사이에 경계가 불분명해서 부모의 사고와 감정이 아이의 것이 되고, 부모 앞에서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고 부모의 일부가 되려고 하는 거죠.      


그러므로 아이의 심리적 독립을 위해선 부모와 아이 사이에 넘지 말아야 할 경계, 즉 ‘금’이 필요합니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도 ‘경계’가 있어야 하냐고요?


물론입니다.      


경계는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구분선입니다.


학창 시절에 책상에 금을 긋고 짝에게

“여기는 내 영역이야. 그러니 넘어오지 마.”라고 말했던 적 있으세요?     


책상에 그어진 '선'은 나의 책상과 짝의 책상을 구분해 주죠.


단지 영역만 나타내는 것이 아닙니다.


책상 위의 ‘금’은 나는 책상에서 이 정도의 영역이 필요하다고 당당하게 짝에게 말할 수 있는 주체성이 강한 사람이며, 내가 원하는 것을 짝이 들어주도록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지식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책상에 선 하나 긋는 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이에게 다른 사람에게 나의 영역을 분명히 밝히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업이니까요.      


나에게 괜찮은 것과 괜찮지 않은 것, 내가 원하는 방식과 원하지 않은 방식, 나아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은 사람까지 구분해 주는 것이 바로 ‘경계’입니다.   

   

경계가 있어야 ‘나’와 ‘내가 아닌 것’의 차이를 알게 되는 거죠.      


그런데 부모와 아이 사이에 이 경계가 없이 연리지처럼 ‘융합’된 상태가 되면, 아이는 무엇이 나의 생각이고 감정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이 경험하고 느끼는 것에 동화되기를 바라고, 아이는 부모가 좋아하는 것을 선호하며 싫어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부모와 과도한 동일시를 합니다.      


사실 영유아기 아이는 혼자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고를 때도 오빠가 타는 성인용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우기고,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뺏어 오기도 하죠.

그래서 특정 상황에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할 때도 있습니다.    

  

청소년기라면 반드시 '심리적 독립'을 해야 합니다.


청소년기가 되었는데도 부모와 심리적으로 밀착되어 있으면, 아이는 친구들의 경계도 존중하지 않을 겁니다.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이 없이 행동하는 겁니다. 


아이는 친구가 슬픔에 잠겨 있는데도 심한 장난을 치고, 친구의 물건을 빌려놓고 돌려주지 않거나, 부모의 지갑에서 허락 없이 돈을 가져갈지도 모릅니다.      


흔히 아이가 ‘버릇이 없다’는 말은 어른이나 남 앞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가 없다는 뜻인데요. 다른 사람의 경계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니 상대에게 존중의 뜻을 표하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거죠.    

  

버릇이 없는 아이는 ‘경계’가 없는 아이입니다.
그리고 ‘경계’가 없는 아이는 ‘심리적 독립’을 하지 못한 아이입니다.

청소년기의 아이가 건강하게 심리적 독립을 하길 바란다면, 부모가 경계를 정하고 지켜야 합니다.


부모의 바람직하지 않은 양육 태도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비일관성’인데요.

부모의 기분에 따라 아이의 게임시간이나 통금시간이 정해진다면, 아이에게 비일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거죠.


부모가 아이와의 사이에서 경계를 정하고 지키기 위해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아이의 생각과 감정, 사적인 시간과 공간 등을 지켜주기로 약속했다면, 함부로 아이만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아이와 대화하고 싶을 때, 갑자기 방문을 열고 “나와 봐. 엄마랑 이야기 좀 하게.”라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입니다.

아이의 방은 아이만의 공간입니다. 방에서 나올지 아닐지는 아이의 선택이죠. 대화를 할지, 안 할지 결정하는 것도 아이의 몫입니다.

그러니 아이의 경계를 존중하기 위해선 “엄마가 너랑 대화하고 싶은데 언제가 좋을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아이가 잘못을 해서 당장 아이에게 이유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요?     


그렇다고 해도 우선은 아이가 대화를 원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부모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경계를 마음대로 침범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게 되면, 아이도 부모의 생각과 감정을 무시하지 않을 테니까요.


인내와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경계가 마련돼야 부모와 아이 간에 제대로 된 소통도 이뤄집니다.

     

물론 아이가 자신의 마음대로 부당하게 설정한 경계를 막무가내로 요구한다고 해서, 부모가 무조건 지켜줘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가

“나는 통금시간 정하는 것 싫고, 자정 안에만 들어올 거야.”

라는 경계를 세운다고 그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원하는 바를 타당한 근거에 따라 절충해야 하는 거죠.      


“넌 아직 성인이 아니고 나는 너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 아버지 생각에 9시 정도면 학원 마치고 친구들과 2시간 정도는 놀 수 있으니, 집에 9시까지 오는 걸로 하면 어떨까?”     


아이와의 '경계'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서로 이해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부모가 일관성 있게 아이와의 경계를 지키면, 아이는 심리적 독립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부모와 아이 사이에 ‘선’이 그어지면, 아이는 자신과 부모의 영역을 구분하고 심리적인 독립을 준비할 수 있지요.      


어쩌면 가장 친밀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칼 같은 선을 긋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지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언젠가 아이는 부모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야 합니다.

아이가 부모의 품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지 못하면,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어놓은 금을 함부로 밟는 미운 오리 새끼가 되겠죠.      


그러니, ‘금’ 밟지 말고, 아이와 나의 경계를 지켜야 합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면서 계속 금을 밟다 보면,
결국엔 아이와의 관계에서 아웃될지도 모르니까요.
                                                        

사진출처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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