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플레 팬케이크는 죄가 없다
주사를 맞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었던 나는
특히나 디저트류를 좋아했다.
어디든 카페가 있으면 눈길이 갔고
특히나 신기한 디저트가 있으면 지나치지 못했다.
하루에 몇개를 먹든, 몸은 인슐린 없이 그것들을 감내해야 했다.
내가 살던 곳 근처에는
나와 내 친구가 좋아하는 카페가 있었는데,
커다랗고 아늑한 카페였고 수플레 팬케이크를 팔았다.
지금도 그렇게 흔한 편은 아니지만
당시엔 수플레 팬케이크를 취급하는 카페는 많지 않았다.
폭신폭신한, 거대한 팬케이크에
부드럽고 달달한 크림이 가득 얹어진,
그리고 시럽이 담긴 작고 앙증맞은 유리병이 옆에 놓인
그 카페의 수플레 팬케이크의는
입이 짧고 음식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내 친구도 특별히 좋아하는 디저트였다.
친구와 함께 그 카페에서 수플레 팬케이크를 나눠 먹던 좋은 기억은
내가 그 디저트를 맘껏(주사 없이) 즐겨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미 혈당은 400이 넘은 채로 카페에 방문했다.
카드를 내밀고
아늑한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만 하면
폭신하고 맛있는 수플레 팬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
얼마나 쉽게 얻어지는지.
얼마 후 나온 수플레 팬케이크를 받아들어
그래도 양심상(?) 시럽은 뿌리지 않고
먹을 자세를 취했다.
부드럽고 밀도가 낮은 팬케이크는 포크로도 쉽게 스르륵 잘렸다.
촉촉한 빵과 크림과의 조화가 뛰어났다.
접시에 묻은 크림까지도 싹싹 긁어먹었다.
그리고 내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카페를 나와 귀가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던 나는 다리에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고통은 처음에는 미미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나중에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다리를 주무르고 자세를 바꿔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혈당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때까지 수없이 많은 폭식을 하고
주사량이 턱없이 부족했고
혈당은 고공행진을 하는 날의 연속이었지만 이런 고통은 처음이었다.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살 찌기 싫다는 생각에
버티고 버텼다.
하지만 고통은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강도가 되었고
몸을 일으켜 주사기에 바늘을 꽂았다.
매우 미미한 초속량이었지만,
내게는 공포스러운 추가주사였다.
하지만 고통을 넘어서 그 상황은 생존의 촌각을 다투는 느낌을 주었으며,
'고혈당에는 추가주사를 맞아야 한다'
라는 당연한 명제를 따르는 그 행동에 만족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윽고 고통은 완화되었다.
'잠을 잘 수 있는 상태'라는게 그렇게 소중한 것인지 몰랐었다.
별 생각 없이 먹어왔던
일명 '위험한 음식'들이
몸에 무리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