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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의 장기, 연속혈당측정기

by 밤잼

1형당뇨 환자에게 있어서 연속혈당측정기(CGMS)는 이제 필수 장비가 되었다.

장비가 아니라 또하나의 장기라고 부를 만하다.

기존에는 채혈침으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뽑고, 혈당측정기에 시험지를 삽입해 피를 묻혀 혈당을 측정하는 식이었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우선 손가락을 찌른다고 해도 측정에 충분한 혈액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에는 혈당측정기에 'ERR'(Error)라는 코드가 뜨고

시험지를 버리고 새로 끼워서 측정을 해야 했다.

손가락을 눌러 짜면 정확한 값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다른 손가락을 찔러야 했다.


밖에서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은 정말 번거로운 일이다.

손가락을 찌르는 것에 대한 공포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측정기 파우치를 꺼내서 저 모든 것을 조립하고,

혹여 누가 볼까봐 조마조마해 하고, 측정값을 본 후 또 정리를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너무 싫었다.

아프든 말든, 측정에 필요한 충분한 피가 처음부터 나오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손가락을 많이 찌르다보니, 손가락에는 바늘자국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병원에 내원해 접수하는 과정에서 간호사분이 혈당을 측정하려 손가락을 볼 때

바늘자국들을 보고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탄식을 하기도 했다.

대학병원이 아닌 동네 의원에서 특히 더욱 그런 경험을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2형당뇨 환자만을 보아와서 그러신 것 같다.

(2형당뇨 환자는 병원에 가서야 채혈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리고 드디어 자가부담 10%만을 내고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10%의 비용도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이제는 연속혈당측정기가 없이는 너무도 큰 불편함이 따른다.


처음에는 덱스콤이라는 제품을 사용했다.

팔뚝에 기계를 부착하는 형태인데, 기계에 달린 바늘이 삽입되는지라

처음 주사를 맞을 때처럼 두려워서 또 한참을 망설였다.

신기하게도 거의 아프지 않았다. 설명서를 읽고 세팅을 끝내니 혈당값이 폰으로 들어왔다.

바라마지않았던 기술의 혁신을 느꼈다.

비록 직접 채혈해서 보정값을 입력해줘야 정확함이 유지되지만, 그런 것은 집에서 하면 되는 정도였기 때문에

빈도가 확실히 줄었다.


옷을 벗을 때 걸리거나 팔이 어딘가에 부딪힐 때 소리가 나는 등 '기계를 부착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 자주 발생했지만, 그런 어색함은 편리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후 연속혈당측정기 종류에 대한 선택지는 넓어져 지금은 덱스콤, 메드트로닉, 리브레 등 환자마다 맞는 것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렇게, 1형당뇨 환자가 살기 좋은 상황이 만들어져가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연속혈당측정기.jpg 연속혈당측정기 중 리브레 제품 사진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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