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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패스, 아침은 폭식

퇴근 이후 찾아오는 저녁은 너무 무서운 시간이었다.

by 밤잼

식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고,

마른 몸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힌 나는 식욕을 통제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저녁을 굶기로 했다.

경험상 저녁을 굶는 것이 체중감량에 꽤 효과적이었기 떄문이다.


'저녁식사'시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시간은 오후 5시정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5시가 되기 전에 닭가슴살과 계란, 견과류를 먹었다.


일을 하고 저녁을 먹지 않는 것은 꽤나 박탈감이 들었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매우 길고 허망하게 느껴졌다.


음식을 마주치면 유혹에 휩싸일까봐 음식을 보려 하지도 않았다.

가족들이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면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다.

그냥 먹어버릴까 하는 충동이 들기도 했다.


아침에 먹을 거니까 내가 먹을 것을 남겨두라고 항상 말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것인지 모르고 먹어버릴까봐 접시에 덜어 소중하게 보관해놨다.


그리고선, 누워서 얼른 잠에 들기만을 기다렸다.

잠에 들어 아침이 되면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 매일매일 아침이 밝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한동안 나의 저녁시간은 그런 식이었다.


너무 배가 고파 잠에 쉽게 들지는 않았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고, 어찌저찌 잠을 자다가도 배가 고파 깰 때도 있었다.


그리고 아침 알람이 울리자마자 허겁지겁 일어나서

전날 소중히 보관했던 음식을 먹어대기 시작한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시간조차 너무도 길게 느껴져

식은 치킨 같은 것은 데우지 않고 먹거나,

미트볼을 하나 데워서 먹는 동안 또하나를 데워서 계속 먹는 식이었다.

아이스크림을 2통 먹기도 했다.


왠지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한번은 냉동 폭립을 사놓고

아침에 다 먹기도 했다. 나도 그걸 다 먹을 줄은 몰랐는데...


아직 가족들은 자고 있는 새벽 6시경,

나는 혼자만의 폭식을 즐겼다. 묶여있던 목줄이 풀린 맹수 같았다.

전날 굶은 고통이 쾌락으로 바뀌는 현장이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맞은 주사는

당연히 폭식을 따라갈 수가 없었고 치솟는 혈당에 의한 극심한 피로감이 따랐다.

그리고 읍식섭취가 끝났다는 아쉬움,

그 후에 주어진 출근이라는 의무는 다시 나를 고통으로 밀어넣었다.


최근에 보고 너무 귀여워 저장한 이미지. 폭식한 나의 배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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