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체당, 제로슈가는 소용이 없었다

적어도 식이장애 환자에게는

by 밤잼

발병 후 몇년 지나지 않은 대학생 시점,

지금처럼 대체당, 제로슈가 열풍이 일기 전이었다.

그나마 제로 콜라 정도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제로슈가 식품이었다.


달디단 디저트에 중독되어 있던 나는

혈당 오름 없이 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집착하다시피 연구했다.


그래서 사카린,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스테비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당시 알룰로스는 보편화되기 전이었고 인지도도 낮아서 몰랐다.)


이중에서 또 그나마 가장 잘 알려져있던 것은 사카린이었는데,

단무지 등 일반적인 식품에도 많이 들어가서인 것 같다.




당시에도 제로슈가 시럽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1.5L정도 페트병에 들어있는 카페 시럽같은 외관이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기 때문에 보자마자 주문을 했고,

먹음직스러운 시럽이 가득 든 시럽통이 택배로 도착했다.


혈당도 안 오르고, 칼로리도 없는데 단 맛을 먹을 수 있다니

완전 여러모로 거저먹기잖아?


이렇게 날로 먹어도 되는 건가? 새로운 발견에 신나하며 시럽을 활용했다.


우선 달고 맛있는 집앞 카페의 딸기라떼를 구현해보기로 했다.

대학생 신분이라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되어서 자주 먹진 못했지만 참 좋아했던 메뉴였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우유에 사카린 시럽을 넣는다.

딸기를 먹고싶은 만큼 왕창 넣는다.

그리고 딸기를 무자비하게 부숴준다.

그러면 냉동딸기의 냉기 때문에 우유도 슬러쉬처럼 살얼음이 된다.


그렇게 만든 나의 사카린 딸기라떼는

카페에서 사 먹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유레카


정말 날로 먹는 게 가능하구나.


물론 딸기의 과당과 우유의 유당 때문에 혈당이 오르긴 했지만, 시중 딸기라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대체당을 써먹을 나름의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달달한 디저트 빵을 만들어보았고(비주얼은 영 별로였지만)

그것이 주는 확실한 단맛에 감탄했다.


단 맛을 대가 없이 공짜로 먹어도 되는 것인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공짜였다.


제로슈가, 대체당 시장이 더 커지길 바랐고, 그럴 것이라 확신했다.

빨리 그 시기가 왔으면 했다. 그리고 바라던 대로 지금은 확실히 이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정말 날로 먹는 것이 가능할까?

에 대한 대답이

그렇지도 않다

라는 것이다.


당시 1형 당뇨 환자 몇 분과 친분이 생겼었다.

이렇게 '단 맛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나의 놀라움 어린 깨달음을 전달했을 때,

나보다 유병기간이 훨씬 길었던 한 분께서는


본인도 그럴게 대체당을 찾아 먹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런 건 소용이 없다.

결국은 음식 양을 적게 먹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당시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도대체 왜 대체당의 놀라운 이점을 활용하지 않고

결국은 음식을 적게 먹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말은 나중에 식이장애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말이고

지금까지 언제나 공감하는 바이다.




대체당으로 만든 음식은

결코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음식에 대한 집착을 불러일으키며

(가스나 설사 유발 등 물리적인 부작용은 별도로)


결국은 먹고싶은 음식을 먹을 때까지

식욕을 억누르게 한다.


또한 대체당 음식을 찾는 것은 이미 음식에 대한 집착이 있다는 뜻이므로

이 집착을 적절히 해결하지 않고 대체당으로만 억누르려 하면

대체당 음식에 대한 집착마저 생긴다.


그러면 식욕은 억눌린 상태에서 먹는 양은 늘어 가고

참다가 터진 식욕을 만족시키리면 더더욱 많은 음식을 먹어야만 한다.

그런데 Diabulimia환자는 이 경우 적절한 주사를 맞지 않고

여지없이 건강은 악화된다.

(비환자는 살이 찌거나 식이장애가 생기거나 심화될 것이고)


지금 식품시장에 대체당 음식이 많이 나와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건강을 위해 적절히 대체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순 없다.


대체당, 제로슈가 음식을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사례는 보지 못했다.

(다만 제로슈가 음료는 제외. 액상과당 대신 제로슈가 음료를 선택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뭘 먹든 먹는 양이 중요하다는 것을

몇년 간의 식이장애로 고통받으며 꺠달았다.


직접 만든 따뜻한 부추계란전. 브런치에 올리고 싶어 먹기 전에 사진 찍었다.



























keyword
목, 일 연재
이전 20화인간 바로미터가 체험한 공복유산소 운동의 다이어트 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