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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용원 Apr 15. 2024

나나보조 이야기 208

-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팡이실이 숙의 서사 31 


         

바닥    

 

‘문제아란 없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 진부해서 진득한 진실입니다. 이 진실 전형인 6-7이 까만 얼굴에 까만 눈동자로 저를 찾아온 시기는 고작 10대 중반 무렵이었습니다. 그는 역설 그 자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맹하게 풀린, 다른 한편으로는 총기가 번뜩이는 내면 풍경을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발음도 분명치 않고 급한 어조로 툭툭 던지는 말 형식과 깜냥대로 근거와 서사를 갖춘 말 내용이 기이한 화쟁 미학을 조몰락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부모가 그를 두고 한 말과 달랐습니다. '엄친아'에서 쓰레기로 떨어진 탕아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문답으로 확인한 바입니다.  

   

“어머니가 늘 그러실 텐데. 언젠가 제자리로 올라오리라고. 바닥 이전 네 자리는 어디니?”    

 

“그런 바닥 같은 거 없는데요.” 

    

그렇습니다. 바닥이 있다면 누구나 그 바닥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닥은 결코 어디서 떨어져 나뒹구는 천한 곳이 아닙니다. 올라갈 이유가 없습니다. 그는 그 진실을 깨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와 함께 ‘바닥을 치는’ 선문답을 시작했습니다. 화두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전체적 관점을 지니기 위해 뒷문을 열어둔다.

(2) 경계 밖에서 나를 본다.

(3) 자기 연인으로 살아간다.

(4) 나는 매혹적인 사람인가?

(5) 나는 어떤 소향(素向)을 지닌 사람인가?

(6) 진실은 대칭이다(1): 평범과 비범 사이 화쟁

(7) 진실은 대칭이다(2): 두 동력-타인 인정과 자기 신뢰

(8) 진실은 대칭이다(3): 빛과 어둠-가지 않으면 오지 못한다.

(9) 현실적 인생관: 반걸음 앞을 내다보고 한 걸음 내디딘다.

(10) 현실적 자기성찰: 바로, 지금 여기서 나는 무엇인가?

(11) 현실적 생활 기조: 견디면서 준비하고, 준비하면서 견딘다.   

  

10대 중반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거르지 않고 하는 경우가 어디 그리 흔한가요. 저는 난해하고 심지어 현학적이다 싶은 어휘와 문장을 나오는 대로 구사하면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못 알아듣는다는 느낌이 없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올 것이 왔습니다. 드디어 어머니와 용서를 주고받으며 현실 생활로 복귀시키기 위해 피부에 와 닿는 화두를 꺼내 들었습니다.    

  

(12) 사람과 삶을 치유 관점에서 보기: 어머니 

    

바로 그 순간, 어머니는 6-7 덜미를 낚아챘습니다. 어머니가 저와 그 숙의를 더는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 불운이었습니다. 어머니 등에 대고 제가 말했습니다.  

    

“6-7은 머지않아 저를 다시 찾아옵니다.”

     

그는 3년 뒤 올깎이 대학생이 되어 저를 찾아왔습니다. 나름대로 전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고, 예의 그 반골 ‘끼’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대신 전술 전략을 보유했습니다. 떠날 때 그가 말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왔으니, 앞으로도 계속 오겠습니다.”   

  

철학을 공부한다는 그를 위해 화두를 준비해 놓고 기다립니다. 

     

“(13) 철학이 내게 가당키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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