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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Apr 24. 2024

영수(領袖)회담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영수(領袖)는 여러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를 의미한다. 사전적 정의다. 본래는 의복 용어였다. 영(領)은 옷깃을, 수(袖)는 소매를 뜻한다. 옷 중에서 때가 잘 묻고, 가장 잘 해지는 부위다. 옛날부터 옷과 소매에 두꺼운 천을 덧댄 이유다.




중국 고관대작은 아예 금이나 은을 부착하기도 했다. 그러니 남의 눈에 잘 띌 수밖에 없다. 여기서 유래해 영수는 어떤 집단에서 제일 두드러진 인물이나 특별히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즉 조직 최고지도자의 별칭이 된 게다.




▲일반적으로 영수 회담은 국가 또는 정치단체, 사회조직의 수장들이 만나 의제를 놓고 토의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정치에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양자 회동을 가리킨다. 여야의 일인자가 만나 국정운영을 논의하는 자리란 얘기다. 과거엔 대통령이 여당 대표(총재)를 겸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여정부 이래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분리되는 게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여당의 실질적 일인자는 여전히 대통령이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의 회담은 영수회담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영수 회담은 역대 정권에서 정국이 꽉 막혀 있을 때 난국 타개를 위한 마지막 카드로 활용됐다. 타협을 통해 정국의 실마리를 풀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열릴 때마다 정치적 이슈가 되곤 했다. 한 정부의 대통령 임기 내에 많이 있는 일이 아니어서다.




우리나라 첫 영수 회담은 1965년 7월 20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박순천 민중당 대표최고위원의 만남이었다. 이후 지금껏 25차례 열렸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뒷얘기를 낳으면서 이름값을 못 하고 정치를 더 꼬이게 했던 사례가 적잖다. 서로 자기 할 말만 하고 헤어진 탓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2년 8월 대표 취임 이후 수차례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 회담을 제의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유로 아직 성사되지 못했다. 한데 집권여당의 4ㆍ10 총선 참패를 계기로 이른 시일 내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영수 회담이다.




이에 따라 양측 실무진이 회담 시기와 의제를 조율하는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 과정서 실무 회동이 전격 취소되는 등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과연 양측이 윈윈하는 구도가 짜일까. 그 결과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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