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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Jun 12. 2024

제주도 트램에 대한 단상

오상학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논설위원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은 수소트램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용역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5월 24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수소트램 도입을 위한 ‘제주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및 예비타당성 조사 지원 용역’의 예산 7억원을 통과시켰다. 




오영훈 도지사는 “수소트램은 도심의 교통혼잡 해소, 수소산업 활성화, 15분 도시 실현, 제주관광 재도약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수소트램 도입을 통한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조성과 도시재생이 새로운 제주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수소트램의 추진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수소트램은 친환경,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하는 장기적인 전략에 필요한 수단임은 틀림없다. 아울러 자가용, 렌터카 수요를 억제해서 대중교통 분담률을 제고시키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제주는 전국에서 대중교통 분담률이 가장 낮고 자가용 이용률은 전국 최고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 제주 수소트램 도입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통해 비용대비편익(B/C)이 0.77로 분석되면서 정부의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미 민선 5기와 7기 도정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던 트램 사업이 되살아나고 있다.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교통 인프라 구축 사업은 무엇보다 정확한 교통수요의 예측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몇 년 전의 상황과 비교해서 지금 제주시의 대중교통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15분 도시’, ‘탄소중립’ 등의 프레임 속에 수소트램 사업을 억지로 끼워 넣는 모양새다. 제주도의 인구 규모와 지역별 밀도에 기반한 수요량, 대중교통의 이용자 특성, 관광객의 통행 행태 등이 면밀하게 분석되어야 한다. 




제주도는 렌터카를 포함한 자가용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에 편리한 자가용 이용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트램 노선이 하나 생긴다고 해서 대중교통 수요가 새롭게 창출되기는 어렵다. 제주 시내를 포함하여 제주도 광역 교통망 체계 속에서 트램을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작년 트램 용역에서는 노형동에서 제주공항을 거쳐 제주항에 이르는 11.74㎞ 구간을 최적 노선으로 제시했다. 제주의 두 관문인 제주공항과 제주항, 신제주 지역과 원도심을 연결하여 관광객 유치와 원도심 재생의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램이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원도심으로 유인할지는 미지수다. 아직도 많은 관광객들이 이동 수단으로 렌터카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트램 하나로 원도심 관광 수요를 창출하기는 어렵다. 이보다 먼저 원도심을 사람들이 찾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장소로 만드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교통 인프라 구축은 현실에 기반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5공화국 때 정략적으로 급조된 88고속도로와 최근 수요 예측을 잘못한 용인경전철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제주에는 트램의 도입보다 시급한 제2공항과 제주항 물류체계 개선 사업이 있다. 선택과 집중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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