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추석까지도 숨이 턱턱 막히고 열대야가 지속된 ‘가을 폭염’이 계속되다 추분(秋分)을 기점으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갑자기 가을이 찾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기상학적으로도 아직 가을이 아니라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그야말로 역대급이라는 올해 폭염은 가을에도 폭염을 걱정해야 하는 ‘폭염의 일상화’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두렵기까지 하다.
▲최근 유럽연합(EU) 기후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여름(6~8월) 북반구의 평균 기온은 섭씨 16.8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온은 C3S가 1940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 여름보다 0.03도 올라간 것이다.
일부 과학자는 약 12만년 만에 가장 더운 여름이라고 추정했다.
8월 기준으로 2023년과 2024년은 16.82도로 같았다. 7월 기온은 작년이 높았지만, 6월은 올해가 훨씬 더 뜨거웠다.
이는 기후 위기가 우리를 어떻게 옥죄는 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전 세계가 시급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한 극단적인 날씨는 더 심해진다는 경고다.
지난해 출간된 ‘폭염 살인’의 저자 제프 구델은 그해 역대급 폭염을 예견하며 “2023년은 앞으로의 인류가 경험할 가장 ‘시원했던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폭염과 가뭄,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인플레이션’도 이제 일상화됐다.
‘금사과’, ‘금배추’, ‘금오이’라는 말까지 등장했고, 폭염에 가축과 어류가 대량 폐사하면서 장바구니 물가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이상기후지수와 산업생산·물가상승률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최근까지 물가 상승분의 약 10% 가량이 고온 등 이상기후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는 발생 약 12개월 뒤 산업생산 증가율을 0.6%포인트 깎아내린 것으로 나타나 이상기후의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위기의 결과는 단순히 온도의 변화를 넘어서 생태계 파괴, 식량과 물 부족, 전염병 전파 매개체 발생, 극단적 기상 현상의 증가 등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