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편집위원
올해 여름은 참으로 지쳤다.
나이 많이 먹은 비만형 훈련병의 모습이었다. 싱싱한 20대와 달리 나이 먹은 훈련병은 얼마나 훈련에 지치겠는가.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고 서툰 총검술에 완전무장 구보에는 쓰러지기 일쑤다.
꾀죄죄한 얼굴에 땀은 줄줄 흘러내리고. 암기 사항도 외우지 못해 쩔쩔매는.
올해 여름은 이 나이든 훈련병의 모습이었다.
▲‘단풍만 보다 왔습니다/ 당신은 없고요. 나는/석남사 뒤뜰/바람에 쓸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야/ 어찔할 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 저물 무렵까지 나는/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처럼/아무 말도 못 한 채 얼굴만 붉히다/ 단풍만 사랑하다/ 돌아왔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없고요.’
시인 김갑수의 ‘석남사 단풍’이다. 나이든 훈련병은 이제 자대로 가고, 가을이 왔다.
봄에는 꽃놀이, 가을에는 단풍놀이 아니던가. 시인처럼 혼자만 가지 말고 여럿이 갈 일이다. 구경꾼 많다고 단풍색이 옅어지는 것도 아니다.
석남사 단풍이나 내장산 단풍이 아니라도 가까운 오름에 오르면 추색(秋色)을 느낄 수 있다.
올해 한라산 단풍나무류 단풍은 11월 6일에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참나무류는 이보다 앞선 내달 26일 전후가 절정 시기다.
산림청은 최근 ‘2024 산림단풍 예측지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제주의 장소별 단풍 절정 시점은 한라수목원 단풍류 11월 14일, 참나무류 11월 6일, 은행나무류 11월 2일이다.
또 교래곶자왈의 경우 11월 1일 단풍나무류 단풍이 절정을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산림청은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단풍이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가을의 얼굴, 올해 단풍 색깔은 어떨까.
새색시처럼 단풍이 고우려면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크고 청명한 날이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강수량이 적고 일교차도 큰 날이 많아 예년보다 더 붉고 화사한 단풍이 기대된다.
문제는 앞으로 올 날씨다.
여름이 긴 만큼 가을이 짧을 수도 있다. 단풍이 물들기 전에 찬바람을 만나면 추풍낙엽이다.
고운 단풍이 지친 여름을 보낸 이들을 위로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