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편집국장
▲9일은 578돌 한글날이다. 한글을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아래의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 서문을 통해 한글을 만들게 된 취지를 담아냈다.
“나라 말씀(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끼리 서로 맞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글 모르는 백성이 말하려는 것이 있어도 끝내 제 뜻을 능히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 한글 역사에서 제주어는 보물이다. 아래아(·)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제주어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 옛말이 일부 남아 있고,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생겨난 독특한 말로 보전 가치가 매우 높다.
이 때문일까? 필자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제주 학생들은 고전문학 덕을 보면서 국어 점수가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하지만 한글이 창제 당시 스물여덟 자에서 스물네 자로 줄었듯 제주어도 점차 사라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때맞춰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9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리는 한글날 경축식에서 사회를 제주어로 진행한다. 제주어의 가치를 지키고 일상에서 보다 널리 활용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소중한 제주어가 공식 행사장을 빛낸다니 반갑기만하다. 이날 제주어 시 낭송과 동요 축하 공연. 제주어 창작시 전시도 펼쳐진다.
▲제주어를 사랑하는 이들도 많다. 제주어보존회, 제주어연구소 등이 제주어 보전·전승에 앞장서고 있다.
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은 평소 제주어에 관심을 갖고 아름다운 제주어 간판상을 시상하고 있다.
제주를 노래하는 밴드 사우스카니발은 지난해 데뷔 15주년을 맞아 기념앨범을 발매할 정도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고싸 고라시네 설룬 애기’(방금 말해줬잖아 이 바보같은 녀석아)곡은 제주어 가사로 유쾌하게 표현했다.
제주어로 노래하는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도 2015년 창단 이후 제주어를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부산을 찾아 ‘영도바당 숨비소리, 제주의 노래’를 주제로 공연을 펼쳤다.
제주어가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 자랑스러운 역사·문화유산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