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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츠윌리엄 다아시 Mar 31. 2024

필센

체코

Cathedral of St. Bartholomew - Pilsner Urquell Brewery

 8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로 비빔밥을 먹었다. 타지에서 우리나라 나물들을 한데 모아 고추장과 비벼 먹으니 비빔밥이 이만큼 또 맛있을 수는 없었다. 여유롭게 준비를 마치고 YJ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기차역으로 갔다. 필센에는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정오쯤 도착하였다. 도시 분위기가 프라하와는 완전히 달랐다. 기차역 밖으로 나오니 한산하고 조용하며 작았다. 한국인 등 관광객이 많은 도시에 있다가 한적한 마을에 가니 마음도 편안해졌다. 시내는 성 바르톨로메오 대성당을 중심으로 격자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물론 두어 블록만 더 나가면 바로 외곽이라 느껴졌을 정도였다.

시내 정중앙을 지키고 있는 Cathedral of St. Bartholomew | 시내 밖에 흐르고 있는 작은 강

 특별한 것 없는 성당을 구경한 뒤 시내를 이리저리 떠돌다가 양조장 쪽으로 이동했다. 투어가 끝나면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아 Lidl에 들러 코젤 2병과 샌드위치를 하나 샀다. 비빔밥을 워낙 든든히 먹어서 13시가 넘어서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코젤은 배낭에 꾹꾹 넣어두고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랜 뒤 양조장으로 갔다. 양조장 입구는 무언가 역사적인 모습을 띠고 있었다. 위는 금색으로, 아래는 회색 벽돌로 되어 있는 두 개의 아치 형태 출입구가 있었다. 이 문을 통과해 Visitor Centre에 가서 대기했다. 시간이 다 되자 사람들이 몰려왔다. 30명 정도 되는 인원을 직원 1명이 이끌며 양조장을 소개했다. 이전에 다녔던 위스키 증류소 투어보다 재미없었다. 일단 위스키만큼 필스너에 관심이 많지도 않았고, 자신들이 근본 필스너 양조장이라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역사 설명도 장황했으며, 증류소에서 들은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위스키 증류 과정 중 증류만 쏙 빼면 맥주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양조장으로 들어가는 문 | 양조장은 필센 안의 또 다른 작은 마을 같이 생겼다

 시음을 하기 직전 맥주를 오크통에 담아 숙성하는 창고에 들어갔다. 위스키 숙성 창고와 달리 동굴 같이 생긴 선선한 곳에 보관을 하고 있었다. 특이하기는 했으나, 위스키 숙성 창고에서 나는 기분 좋은 향기가 나질 않아 아쉬웠다. 설명이 다 끝나고 오크통에서 그대로 뽑은 맥주를 한 잔 시음했다—맥주 값이 얼마나 한다고 겨우 한 잔만 주는 것인지 것인지. 멸균 처리가 되지 않은 맥주라 홉의 향과 맛이 매우 진했다. 캔 필스너도 이렇게 나온다면 즐겨 마실 생각이 있다.

맥주가 실제로 보관되어 있는 모습 | 체코 사람들은 유난히 거품이 많은 것을 좋아한다

 기념품점에서 필스너 하면 떠오르는 모양의 500mL 유리컵을 하나 산 뒤 바로 기차역으로 갔다. 원래 뮌헨까지 직행으로 가는 열차를 예매했었지만, 철로 수리로 인하여 2번이나 환승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넘게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끝내 뮌헨에 도착하여 집 앞 지하철역에서 나오니 'Home sweet home'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한 달을 살다 보니 이제 기숙사가 정말 집으로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니 거의 23시가 다 되었지만, 그래도 여행 후 라면은 포기할 수 없었다. 다음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라면을 끓여 먹고 바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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