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날의 첫날

71. 꽃부리의 이야기 < 2023년 5월 17일 >

by 임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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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지금 여기"를 즐겁고 충실하고 아름답게 살려고
그리고 쓰고 읽고 다독거린 세월 오늘
내 아름답게 남은 날의 첫 날인 오늘 난 내 평생의
희로애락으로 넘어온 인생사를
"바람결에 티끌"로 엮어 선 보이는 날이다.
거기에는 괴롭고 슬픈 날은 조용히 앉아 자신을 추스르는
선의 경지에 들어 거친 세상사를 감사로 돌리는
마음공부에 들던 모습도 있었고
삐악삐악 거리는 인연들을 끌어안고 자연의 정취에 젖은 날도 있었고
초로로 인생 함께 해 가는 외조자와 아름답게 가을 국화로 물든
지나 온 인생사를 이야기하며 지나 온 날도 있었지.
하늘색 산까치가 가져다주는 행운을 어쩌면 거머쥔 것 같은
행복한 날은 붓을 들어 하얀 화선지에 거침없이 무르익은
석류 같은 가슴을 터트리며 우족의 힘으로 흰 화선지를
오색으로 물들였지.
그런대로 곱고 착하게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을 선사받고 조용히

살아온 인생

" 바람결에 티끌"이라는 말로 휘날리며 선 보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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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점짜리 인생을 반려자로 맞아드려 100점짜리를 만들어 주려고

갖은 애를 다 쓰며 53여년를 품어 안고 다독거리고 감춰주고 일러주고

고맙고 고마운 내 인생의 첫 번째 스승 그 앞에서는 아직도 미완성인 나

그를 그렇게 늘 마음으로 고마웠으나

티끌이라는 것을 눈곱만큼 느끼며 가고 있는 지금 여기

더더욱 고맙고 고마운 일 아니던가

다행스러운 일이구나, 이제라도 느끼며 더더욱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 철들어 있으니 또 다른 마음 스승의 공덕이 아니었던가.

내 무슨 복으로 이런 복 중에 제일이라는 인연 복 이리 많아

감사를 표 할 수 있었던가.

난 나에게 " 참 자네 부자로 살았구먼" 칭찬을 아니할 수 없다.

돈을 잘 모르는 철없는 에미의 자유스러운 영혼을 돕는다고

육중한 몸들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 엄마 이 정도는 감당하는 자식들이니 걱정하지 말고 하세요 "

하는 어디서 보도사도 않던 것들이 인연으로 나타나서 에미를 즐겁게 한다.

눈웃음 살살 치는 손녀는 꽃처럼 찰싹 붙어

할머니 이거 해야지 저것은 이렇게 해야지 망팔의 손놀림 느린 할머니를

지적하며 " 팔순 우리 할머니 대단해 파이팅!!!"

남은 날의 첫날 멋지게 시작을 한 날

외조자는 나에게 이렇게 일러준다.

남은 생 앞으로 더

잔가지로 낭창낭창 살아가야 그 위에 찬 눈이 쌓이고 쌓여도

곧 털어내여 온전히 잘 떠날 수 있다고 일러준다.

꼿꼿한 가지는 그 눈 무게에 꺾이는 일이 생긴다고......


偕老 / 임 선영


자네 보이는가 이 꽃

국화꽃 말인가요

그래 이것이 자네 꽃이지

화려하지도 멋진 모습도 아니지만

가을 향기가 대단하지

그 향기에 난 이 자리

떠나기 싫거든

참으로 구석에서 아름답고만


곧 초로로 시들겠지만

최선 다하며 풀어 헤치는 향기

그 향기가 귀중한 보물로 보이지

어느 날인가 날 보살피던 보살 향


그림 속에 그리기도 하고

시 속에 쓰기도 하고

생활 속에 웃음 짓게 하는

여기저기 가득한 수수한 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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