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꽃부리의 이야기 < 2025. 4.24.>
우리 언제 이 세월이 앞에 와서 이리 울리던가.
검은 옷의 슬픔을 걸친 벗들 가득한 자리
먼저 보낸 벗도 아직 같이하는 벗도 마음들이 울적하다.
졸지에 홀로 된 벗을 위로하건만 니 일이 내 일인 듯 모두 허허로움 얼굴에 가득하다.
무슨 말의 위로가 삶의 끝자락을 떠나보내는 마음에 위로가 될까.
니 일도 내 일이요 모두가 맞이할 그 끝자리 안 올 듯 슬픈 날 곱기도 한 우리 건강한 벗들
그대들 있기에 삶의 언저리가 따뜻하기만 하다.
노래의 한 구절이 생각이 난다.
이것이 인생사구나
가지 말라는 세월은 잘도 잘도 가고요
떠나가라는 근심 걱정은 떠나갈 줄 모르네
오지 말라는 헛된 욕심도 떠날 줄을 모르네
가면 슬픈 게 무엇이더냐
오면 기쁜 게 무엇이던가
모르겠네 모르겠네 어리석은 이 사람
누가 말 좀 해주오
가지 말라는 사랑은 잘도 잘도 가구요
떠나가라는 헛된 욕심은 여태 갈 줄 모르네.
출판기념회 때 불러대던 이름모를 노래가 절로 나온다.
갈아타는 고속터미널 역 헤어질 친구 몇 명이 그냥 가기 너무 서운했다.
헤어져서 슬퍼하던 친구 뒤로하고 서로 슬프지만 마냥 슬퍼할 수 없는 날
울적한 기분을 좀 살려놓고 보아야 할 시간인듯하다.
"야 여기서 갈라지기 전에 옷 구경 좀 하고 우리 칼국수 나 먹고 가자"
싸고 이쁜 옷들 널려있는 길을 허리 때문에 걸어야 하는 임무도 수행도 할 겸 겸사겸사
이쁘다 만져보고 멋있다 문질러 보고 가스라이팅 아닌 눈팅을 하며 살아 있는 날의 걸음을
즐기며 간다.
"야! 제주도 이왈종 화가의 그림도 나온다, 서서 내가 찍어 줄게"
얼마나 보겠다고 어디에 쓰겠다고 종적을 남기며 친구들은 그 자리에 선다.
등 뒤에 제주의 그 넓은 섬을 고삐 풀린 말은 봄기운에 취해 정신없이 뛴다.
어느 사이 망팔이 되어 남은 인생의 떠나는 허허로움을 맞이하여 슬픈 날, 남은 날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고삐 풀린 말처럼 걷고 또 걷다가 우리의 마음과 똑 같이 봄 길을 달렸던 시절을
그리며 그 옆에서 찍어서 없어질 추억을 남긴다.
천고마비의 계절도 아닌데도
무엇이 그리 좋아 뛰어 가는가
그대 얼마 남지 않은 생의 환희가
자연 속의 꽃들과 새들처럼
화들짝 펼쳐지며 가슴 뛰게 하던가
아하! 허허롭기 그지없는 인생
어느 사이 여기까지 걸어왔던가
장허이 그대들 어깨동무 한 모습
세월의 희로애락이 스민 표정
참 아름답기도 허구만.
칼국수 집은 요새의 경제 상황을 알리듯 "수리 중"
어디로 갈까 헤매다 우리는 베이커리 집에 앉는다.
" 야 내가 언제 사겠냐, 야야! 오늘 빵 값은 나한테 양보해" 수다를 떨며
"야 모든 영양이 다 들어있네" 맛있다 맛있다 먹는 중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전화벨이 울린다 " 할머니 어디야"
조금 있다 또 울린다 "여보 어디야"
"미안해 나, 고속터미널 금세 갈게, 사랑해" 끝에 나온 말
"썩어 빠졌네"
나온 말과 무심코 던진 말의 차이 ~~~~
난 그때부터 웃기 시작한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 보는 말이지만 "년"자 안 붙이느라
얼마나 애썼을까 생각하니 그냥 웃음이 나온다. 옆지기 친구들은 나 웃는 모습을 보고
같이들 괜히 웃는다. 나가더니 밥 주는것도 잊어버리고 어느 곳에서 즐기는지 함흥차사인
늙은 마누라 밥 줄 시간 기다리다 지쳐버린 외조자 입에서 터져 나온 말.....
어찌 웃었는지 안보이는 곳이 다 젖었다. 하나 더 가지고 다니는것이 어찌 다행인지...
아마 10년을 젊어지고 오늘 저녁 잠은 푹 잘 것이다.
욕을 참은 남편 모습을 연상하며 그냥 웃음이 또 나온다.
" 슬픈 날, 썩어 빠진 X" 초상 인사 간 X이 젖어서 오다니, 기가 찰 일이지만
그냥 하루가 푼수 빠진 듯 욕 먹어도 즐거웠다.
슬픈 날의 행동과 웃음이 모든 것을 잊고 살게 하다니 생각하며 전철 속의
온전한 나는 깊은 생각에 빠진다.
집에 도착하여
" 여보 밥은 자셨소"
"응" 아무 일 없듯 흔연하다.
"그런데 아까 그 오랜만에 욕을 하데"
"웃어서 내 젖은 것 좀 봐" 하며 백에서 그 웃기는 물건을 꺼내 보이는 코미디....
" 내가 욕했어 언제" 하며 웃는다.
또 웃음이 터진다. 이렇게 하며 나머지 인생은 또 슬슬 간다.
소리 없는 말이 퍼진다. 일 더하기 일은 2는 너무 피곤 해 이제 3도 4도 되다가 갈 줄도
알아야지, 좀 푼수 빠진 듯 하지만, 허망한 세상 이렇게 슬픈데......
"얼마나 남았다고 벗들 잘 지내다 가소" 하늘에 울림이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