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어느덧 30살이 넘은 나이가 되었다.
기억상으로는 23살 때부터 나는 내 나이에 적응하는 게 어려웠다. 나는 그대로인데 시간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버려서 눈떠보니 25살, 눈떠보니 27살이 된 기분이었다. 뭐야 벌써? 뭐야 벌써! 의 연속. 흘러가는 시간에 내 마음이 따라가기 힘들었다. 마음에 상처도 나고 그 상처에 후추가 뿌려지기도 하면서 갈고닦다 보니 28~29살이라는 나이에 드디어 마음이 조금 쫓아가 적응될 무렵 갑자기 30이라는 나이가 찾아왔다.
사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그걸 이번에 만 나이를 적용하게 되면서 깨달았다. 94년생인 나는 만 나이 적용으로 2번의 29살의 삶을 살았다. 30이 다가오는구나 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만 나이가 적용되었으니 29살로 일 년을 더 살으라는 것 아닌가. 부르는 게 값이군.. 싶은 마음에 아이러니하게도 그럼 그냥 30살 할래!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 이제 그만 30살을 받아들이고 싶어. 어차피 나이일 뿐이잖아.'
어렸을 때는 어른이 너무 되고 싶었다. 그냥 나 혼자 나하나 잘 책임지고 잘 먹고 잘살고 그런 어른이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지 못한 건 아니지만 막상 나이를 먹어보니 나이나 독립의 유무가 어른임을 판가름하는 지표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30살이 된 김에 '진짜' 어른이 되어보고 싶어서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보기로 했다.
'진짜' 어른이란 어떤 걸까? 어쩌면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과 '진짜' 어른이 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게 된다.
서른이 갓 넘은 내가 되고 싶은 '진짜' 어른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 나만의 10 계명을 만들어봤다.
1. 잘 참아내기 (참아야 하는 일에만)
2.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내 입장을 덜어내고 생각해 보기)
3. 흑백논리로 바라보지 않기 (그게 뭐든)
4.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마음의 눈으로 왜곡 금지)
5. 말은 내뱉기 전에 꼭 생각하고 내뱉고, 상황, 조건 상관없이 예쁘게 말하기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만큼 상처주지도 말기)
6. 쉽게 인연을 끊어내지 말기 (지금 당장의 삶에 득과 실, 스트레스의 이유로 인연을 끊어내지 말기)
7. 부캐와 본캐를 적절히 나눠 생활하기 (기본적으로 부캐는 직장인으로서의 나, 본캐는 그냥 나 자신으로 나누기)
8. 마음의 잣대는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차별 없게 하기 (나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도 존중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나 스스로도 꼭 존중하기)
9. 많은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 잃지 말기 (표현은 덤이 아닌 필수)
10. 열심히 하는 게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는 마음 일지말기 (열심히 산 순간들이 나를 만든다!)
10개로 담아내기에 세상에는 지켜야 하고 마음에 담아야 할 좋은 말들이 참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약 30년의 세월을 살아오며 주로 느끼고 다듬어온 마음들은 이 10가지이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아아 벌써 한 해가 다 지나갔구나 하며 내 나이에 발맞춰 마음이 따라가려면 바쁘고 또 아프겠지. 그 하루하루의 사이사이마다 나만의 10 계명을 세기며 살아보려 한다.
추후 40살을, 50살을 맞이하는 때, 그때의 내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은 어떤 모습일지, 어떤 어른의 모습을 갖추고 싶어 할지 궁금하다. 이 글을 기록 삼아 훗날의 내가 10 계명에서 어떤 걸 수정하고 삭제하고 추가할지 기대하며 새해가 되어 맞이한 내 나이를 받아들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