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by 그냥

괴로웠던 대학원 생활을 접고 연락 없이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간 날, 엄마아빠 얼굴을 보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오던 날. 내 부모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안아주었다.


"우리 딸, 왜 울어. 괜찮아. 잘 왔어."


그 밤 나를 안아주던 엄마의 품과 괜찮다는 그 말은 10년쯤 지난 아직까지도 나를 지지해주고 있다. 몇 년을 하던 공부를 접어버리고 돌아왔을 때 사실 부모님도 실망감이 크셨을 텐데, 그날도 그 이후로도 단 한 번도 나에게 아쉬움을 표현하거나, 왜 버티지 못했냐 질타하거나, 다른 일을 빨리하라고 종용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20대인 너에게 이 일이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큼 너무너무 큰 일처럼 느껴지겠지만, 그저 인생을 살다가 겪을 수만 가지 에피소드 중 하나일 뿐이라고.



나에게 집의 의미는 나의 근원.

내 뿌리의 가장 강력한 지지대이자, 내가 딛고 있는 땅.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도 돌아갈 곳.

온 세상이 무너져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나의 숨 쉴 틈.

나를 가장 포근히 감싸 안아주는 품.


내가 배운 사랑은 그런 것이다.



남편에게 말한다.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건 하나야. 집에 웃으며 들어오는 것. 그것 말고는 바라는 것이 없어."


그런 집이 되어줄게.

행복하자, 우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꼭 뭐가 돼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