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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 순간 Aug 02. 2024

신혼일기 2-행복의 우선순위 논쟁

싸워도 화해를 잘 할 것.

"싸우기도 하지. 싸워도 화해를 잘하면 돼"

최근 친구들을 만나서 '결혼하고 나선 어때? 싸우게 되지 않아?' 라는 질문에 자주 하는 답변이었다. 

누군가 연애를 하면 싸워도 이 사람과 헤어지면 그만. 감히 나에게 상처를 주다니, 나와 맞는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리. 이럼 끝이었다. 요즘 MZ세대 연애도 다 이런 식일까?

오빠랑 결혼하고 나면 언제 싸울까? 은근 궁금하기도 했는데  다툼은 아주 작은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걸 깨닫는다.


"오빠는 꼬리가 길어. 불을 안 꺼."

"설거지 할 때는 물에 담궈둬야지~."

"화장실 들어갈 땐 핸드폰 두고가!"


서로의 생활방식, 돈의 가치관. 아주 작은 행동에서 상대가 어떻게 살았는지 눈 앞에 훤히 보여지는 방법이다.

서로 다른 피를 가진 가족 울타리 안에서 살았는데 그건 당연히 서로 맞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린 싸워도 다시 마주보고 화해를 여러 번 하며 상대의 기분을 맞춰줬다. 그럼 더 서로가 좋아지고 한 단계 가까워진 기분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러지 못한 일이 생겼다. 


핸드폰 때문이었다. 2년 뽑았던 핸드폰 진동이 고장나서 생긴 발단이다.

"진동쯤이야. 불편함은 없잖아?"

혹시나 핸드폰을 바꿀까 속으로 불안했던 것이다. 핸드폰을 바꾸면 또 지출이 나갈 것이기에 나도 속으로 모른체 했다었다. 몇주 전부터 열심히 알아보더니 폴드폰을 갖고 싶다는 말에 역시 올 것이 왔구나 라고 생각하며 가격을 듣고선 깜짝 놀랐다. 갈수록 비싸지는 최신 핸드폰. 

"꼭 최신으로 해야하지?"

"갖고싶은데.."

매일 검색하며 알아보는 모습에 그래, 사기로 하자. 하고 핸드폰가계로 향했다. 그렇게 폰을 사고 나서 며칠 뒤 오빠가 미루던 치과를 갔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충치가 생각보다 많데. 180견적 나왔어"


"그러니까, 진작 내가 치과에 가라했잖아! 여태 미루다가 이제 가니까 그렇지."


친구들과 놀러가서 같이 있던 숙소에서 통화였기에 짧은 통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둘이 있게 되자 나의 볼멘소리는 시작되었고 오빠의 기죽이기의 잔소리는 시작되었다. 몇차례 오빠와 말다툼이 오고간 오빠가 한 말은


"핸드폰 사줄 때 흔쾌히 사라는 태도도 아니었어. 계속 핸드폰 하면서 월 할부료 계산만 하고 있었잖아. 내가 계속 설명하는 데도 듣지도 않았고"


차마 입에서 아니거든?! 이라는 말이 안나왔다. 생각해보니 정말 내가 그랬기 때문에.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선 끝까지 오빠의 잘못 뿐이라며 잔소리만 끝까지 하고 불편한 대화가 끝이 났다.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돈을 모으기 위해선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돈을 모으는 와중에 최신 폰이라니!  으레 그렇듯 그런 다툼의 끝은 항상 오빠가 미안하다며 다음에 안그럴게. 나도 화내서 미안하다며 서로 끌어안고 화해의 포옹이었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서로 천장만 물끄러미 보다가 어느 순간 잠에 들고 각자 출근을 했다. 


"그렇게 돈을 열심히 모으는 이유가 뭐야? 집 때문인거지? 집이 제일 큰거지?"

"집도 있고.. 아플 때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으니까 그때를 위해서 모으는거지. 이제 근무도 오전만하기로 결정한 마당에.."

"내가 보기엔 넌 돈이 없어서 아등바등 사는 사람처럼 보여서. 네가 생활력이 강하고 알뜰한 부분은 배우고 싶은데 너무 그렇게 살다보면 서로 힘들어지니까."


내 잘못은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조언해준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내 스스로 모르고 지나쳤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돈에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아서."


인정하며 친구한테 한 대답이었다. 정말 그랬다. 행복해지려고 돈을 모았는데 어느 순간 행복의 기준이 돈으로 변질되어버리고 말았다. 연애 때는 내가 먼저 데이트 통장을 제시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빠도 데이트 통장을 먼저 하자고 얘기해줘서 고마웠다고 하는데 그때의 나는 돈을 함부러 쓰지 않는 지혜로운 여자임을 오빠한테 증명한 것이고 생각하며 내심 뿌듯했었다. 영화를 보거나 돈의 지출에서도 아끼려는 내 모습에 자연스레 둘이서 살면서 돈 관리는 내가 하게 됐고 내 가치관을 항상 존중하며 따라줬던 오빠한테 이걸 빌미로 너무 모질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너무 미안해진 마음에 오빠한테 장문의 카톡을 보내놓고 둘이서 대화를 나눴다. 


"내가 미안했어. 난 모으려만 했고 오빠가 자꾸 모으는 돈을 쓰려고만 한다고 생각했어."


하나가 둘이 된 큰 기쁨을 보지 못한 채 나는 둘이라는 명이 생겼으니 그만큼 돈이 더 두배로 들 거라는 생각에만 조급했던 것이다. 현재 둘이서 함께 누리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내가 지혜로운 여자라며 자만했던 순간이 너무 부끄러웠다. 


어른들이 결혼할 거면 빨리 결혼해야 돈도 빨리 모이고 그래. 이 말이 맞긴 하지만 둘이서 돈 모으는 게 웬만한 금액대가 아니면 아등바등은 똑같으니까. 모두가 누군가의 돈을 벌고 집을 사고 그러는 게 쉽지 않은 듯. 

마치 원하는 꿈의 집은 저 멀리 있는 것만 같아지는데. 


너무 먼미래를 그려서 그랬다. 행복을 상상하다보니 둘이서 함께 있는 집이고, 그 집이 온전히 내 집이길 원하는 마음에 그러하니까. 먼 발자국 앞선 생각이 작은 행복을 짓밟고 있는 듯하다. 

이미 작은 행복은 수차례 느끼고 있는 중인데.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근처 맛집 깨기라던가. 맛있는 야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것. 토요일에 퇴근 후 소소한 데이트를 나누는 걸 보며 이미 행복은 충분히 느끼고 있고

침대에 누워 하루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음에 더욱 감사한다. 행복의 우선순위는 그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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