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 4- 인풋과 아웃풋을 주는 든든한 조력자
우리는 mbti가 어쩌면 NNNN일지도?
2015년, 학교 졸업 직후 조무사 일을 하면서 2년간 매일 울며 지냈다. 텃세와 직장 내 괴롭힘. 이미 알고 있었던 지인이었고 자신의 직장으로 오라는 말에 일하게 되었다. 교묘한 방식으로 날 조종했던 그 사람으로 인해 점점 피폐해져만 갔다. 1년이 지나고 난 사람을 믿지도 못하고 잘해주면 의심부터 들었다. 2년 차가 되기 직전 일을 그만두고 나왔다. 그 사람과 연을 끊고 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한 동안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나의 자존감이 바닥을 찍은 상태였고 직장을 바로 다니기가 두려웠다.
그때 새벽기도를 다녔다. 뭔가 달라지고 싶은 마음으로 기도를 열심히 했다. 삶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걸까? 화려하지 않은 나의 삶이, 때론 화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서 알아차렸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와 함께 고등학교 지하 창고에 나란히 몸을 웅크렸던 아이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들을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소설의 시작. 내가 만들어 낸 세계가 날 위로하고 있었다. 구상을 하면 할수록 심장이 다시 뛰는 것만 같았다. 글을 쓰기 위해 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소설을 쓰는 사람들 모두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면 다양한 삶, 다양한 문화,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바다. 나는 보통 영화를 많이 보는데 고르는 것도 그 많은 작품 속에 뭘 봐야 하나 고민이 될 때면 오빠를 찾았다.
“오빠 영화 추천 좀.”
그럼 오빠는 몇 가지 영화를 골라서 추천해 주고 그 영화의 짧은 줄거리를 설명해 줬다. 뿐만 아니라 가끔은 엉뚱한 질문을 해서 나에게 뜻밖의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
“내가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안 들어왔어. 갑자기 그대로 사라지면 어떻게 할 거야?”
“찾으러 다니겠지?”
“근데 3년 뒤에 나타난 거야. 3년 동안의 기억이 사라져 버리고 퇴근 한 이후의 기억까지만 있어.”
뭐라 할지 몰라 고민하던 중 다시 꺼낸 한 마디.
“그 사이에 외계인이 날 잡아가서 실험했던 거라면?”
“뭐?”
어느 날은 샤워하고 나와 머리를 말리던 도중 나에게 왔다.
“나 샤워하다가 아주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어. 연금술사인데..”
가끔 헛웃음이 나는 상상도 있지만 때론 유치하거나 그런 상상들이 자극을 주기에 참 좋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건 오빠 덕분이기도 하다. 나에게 무한한 아이디어를 자꾸만 주기 때문에 어떻게 듣고 가만히 있을 수만 있을까? 어쩌면 앞으로 쓴 글 중에선 오빠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글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자기 지분도 달라고 요구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