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 6- 두 집안이 명절을 보내는 방법
우리가 좋은 소식을 물고 온 까치가 되었네.
우리 집은 친척들과 왕래가 자주 없었다. 그래서 명절이 찾아오면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서울 근교를 들러 보곤 했다. 오빠는 친척들과 함께하느라 바쁜 명절을 보내왔다. '우린 가족이 많아'라고 알려줬지만 별 생각은 없었다. 결혼하기 직전까지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을 뿐.
"신랑 신부 가족분들 사진 촬영이 있겠습니다.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결혼식 당일, 사회자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신랑측 좌석의 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나왔다. 우리 가족은 아빠가 미리 섭외한 친구들이 채웠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없어.'라고 진작에 말했지만 부모님은 가족이 별로 없다는 부분에서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아니, 큰 형님 담당이 왜 이제야 오셨어?" 아빠는 뒤늦게 올라온 친구를 보곤 너털웃음을 지었다.
예식이 끝나고 폐백실에 들어섰을 때 장소를 가득 채운 오빠 가족들이 모여 있었고 나는 그 틈에 많은 가족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계시는 친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
“우리 아가 이쁨 많이 받겠네.”
할머니가 오빠 가족분들과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시부모님께선 이 많은 가족분들과 왕래가 가능한 걸까? 어떻게 연락을 이어가는 걸까 하고.
"오늘 정신 하나도 없을 거야."
첫 집들이로 시아버님 집안 어르신분들이 오시는 날, 총 열 네분과 함께 식사를 끝낸 후 집으로 초대했을때 왠지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커피포트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 직접 냄비로 물 끓여서 담아도 충분해.”
그날이 있기 며칠 전 오빠가 했던 말을 가볍게 넘겼는지. 커피 포트를 미리 마련하지 않았을까 땅을 치고 후회했다. 거실 식탁도 4인 식탁이라 집안으로 들어온 아버님과 형제분끼리 식탁을 거실로 옮겨 빙 둘러앉아 내 커피를 기다리는 모습에 마음은 조급해져만 갔다. 허둥지둥하며 헛웃음을 짓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어른분들도 천천히 하시라고 기다려주셨다.
“커피 더럽게 맛없네!”
시할아버지께서 믹스커피를 마시자마자 외치셨는데 어머님과 내가 눈이 마주치고 다 함께 웃음이 터졌다.
엄마는 처음 겪는 내 일에 신기해하면서도 왜 당연한 커피포트를 사지도 않았냐며 혼내기도 했지만 다음번 시어머님 가족분들이 오셨을 때는 무탈 없이 잘 지나갔다. 그렇게 한 번 뵙고 나고 벌초 때는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사했다. 오빠도 가끔 누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였으니까.
이후에 첫 명절을 함께 했을 때는 북적거리는 명절 분위기가 나에게 새롭게 느껴졌다. 각자 해온 음식을 꺼내어 한 상으로 차린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남거나 해온 음식을 나누며 두둑이 들고 친정으로 향했다.
"세상에나, 이렇게나 많이 주셨어?! 사돈은 매번 챙겨주시네. 참 좋으신 분이야."
평상시 나눔을 좋아하시는 시어머님 덕분에 두 집안이 자연스레 왕래가 잦아졌다.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젠 두 집안의 스타일마저 서로가 깨우쳤다.
“00 덕분에 새로운 음식도 자주 먹어봐서 좋아하시네. 00이 오고 색다른 걸 많이 해보게 돼.”
"우리 아빠도 오빠가 오고 나서 술친구가 생겼어."
서로가 각자 집안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어서 참 감사하다. 남편과 내가 서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 부모님한테까지 좋은 사람이라서. 항상 지금처럼 두 집안이 서로를 존중하고 나누는 정으로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까치처럼 좋은 소식들을 몰고 오는 부부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