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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 순간 Aug 06. 2024

신혼일기 8- 사위를 몰래 짝사랑하는 장인어른

낯가림이 심한 우리 아빠의 마음 열기 대작전

아빠를 보면 가슴 한편이 어딘가 아려온다. 천성이 착해서 남들 앞에서도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거 없이 퍼주기만 하진 않을까. 부당한 대우도 남들 피해주기 싫어서 스스로 감내하고 있을 까봐서. 그 정도로 착한 사람이라.

"나는 커서 아빠랑 결혼할 거야!

대부분 어린아이의 작은 투정은 성인이 되선 사라질 멘트라 생각했지만 나는 그대로였다.

"00아 너는 아빠랑 닮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었어."

아빠 친구분들께서 내 결혼식날 들은 축사에서 가장 부러웠던 순간이라고 했다. 정말로 나에겐 100점 그 이상의 존재이신 분이니까.
 
아빠는 나와 내 동생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따듯한 분이셨다. 우리 앞에서도 엄마에게 귀엽다며 사랑표현을 자주 해주시고, 하루 힘들었을 엄마를 대신해 특별 요리를 해주셨다. 내가 처음 생리를 하던 그날엔 꽃다발과 케이크를 사들고 오셨던 기억이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있다. 아빠만 떠오르면 나에게 잘해주셨던 기억뿐인데. 문득 아빠는 일찍 친할아버지를 여위셨다
대체 아빠의 역할을 어떻게 부족함 없이 보여주셨던 걸까?
우리 마음을 엄마보다 먼저 알았던 적도 있었으니, 대단하시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우리 아빠는 삼 남매 중 첫째여동생 둘 지냈다. 할머니까지 포함해서 여자들한테 둘러 쌓여 지내다 엄마를 만나고 자매 둘까지 낳았으니, 아빠는 여자만 있는 집안에서 살면서 지냈기에 가족 중 남자가 없었다.

그래서 아빠가 내 나이 또래 남자 상대할 때 모습을 보지 못했고, 내가 처음 오빠를 소개해준다고 했을 때 굉장히 뚝딱거렸다.

대화하면서 제대로 오빠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고 오빠가 이야기를 꺼내면 시선을 나에게만, 질문할 때도 내 눈을 쳐다보곤 했다.
"자네는, 당신은"
대화 중 오빠를 지칭하는 이상한 단어에 엄마랑 나는 경악했다.
"어머 왜 이러니 너희 아빠?"
엄마가 날 보며 어쩔 줄 몰라했고 두 여자가 그 모습에 난리법석을 떨자 아빠도 유난이라고 말했다.
처음이니까. 정식으로 결혼을 하는 남자를 대하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이후에도 몇 번 마주했지만 그때도 시선처리는 매번 나에게로 향했다. 동생도 아빠 마음 얻으려면 짝사랑하는 사람처럼 쫓아다녀야 서서히 마음 열 것 같은데?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진짜 결혼하고 나서도 저러면 어쩌지?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오빠는 친척들이 많은 대가족이다 보니, 낯가림 심한 아빠의 마음을 생각 외로 쉽게 열었다. 예의 바른 성격과 매번 배려하는 모습에서 아빠의 시선이 오빠에게로 향했다.

최근 비가 많이 오던 날 오빠가 먼저 장인어른께 전화했으니 장모님께 전화드리라고 말했다. 전화를 드렸다는 오빠 말에 아빠가 적잖이 당황해하며 어색하게 받았을 상상에 웃음이 나온다.
"00 이가 참 어른한테 잘해서 너무 예뻐. 너도 좀 보고 배워라"
"뭐라는 거야"
엄마는 양가부모님께 잘하는 오빠의 칭찬을 입에 닳도록 하며 나에게 잔소리를 퍼붓지만 한 편으로 부모님께 잘하는 오빠를 만나서 감사하기도 하다.

이젠 아빠는 오빠가 오기 전부터 설레어한다. 오빠랑 마실 술들을 구비해 두고, 오빠가 오면 '어~ 00아' 하고 이름을 친근하게 부른다. 술을 마시면 헤벌레 웃으면서 실실 웃기까지 한다.

우리 아빠는 모르겠지? 오빠가 올 때 무표정한 그 모습에서도 조금은 설레어하는 그 눈빛을 이미 내가 알고 있다는 걸?
대화하면서 이젠 오빠가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란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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