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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 순간 Aug 05. 2024

신혼일기7- 겁이 많은 내가 혼자 못자는 이유

무서운 게 딱 좋아 아시는 분?

난 평소에 겁이 많다. 뭔가를 시도한다거나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이다. 이해하기 쉽게 내가 느끼는 두려움 가운데 몇 가지를 말하자면.

1.  세수할 때 눈을 오랫동안 감지 못한다. 거품질을 하던 중에도 수시로 눈을 뜬다.
2. 혼자 있을 땐 머리를 숙여 감지 못한다. 어릴 적 무서운게 딱 좋아에서 본 것 같은데 머리카락 갯수를 센다는 귀신 이야기 때문에.
3. 화장실 안에서 서리가 희미하게 껴서 비춰질 경우 얼른 물을 뿌리곤 한다. 중학생때 친구가 집에서 샤워를 하다 거울에서 헛것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4. 곡성이 개봉했던 당시 여동생과 같은 방을 썻는데 한 달 동안 불을 켜고 자서 동생이 새벽마다 도로 불을 꺼여만 했다.
5. 무서운 영화를 보면 꼭 새벽에 한 번은 깨서 무서운 장면을 곱씹으며 괴로워한다.
6.친정집에 살았을 때도 무서운 꿈을 꿨을때 엄마 방으로 향했다.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나 그럴 경우엔 무서운 꿈을 꾼다. 눈 앞의 암흑이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별 반 생각이 다 든다.

모서리에서 날 지켜보고 있지않을까?
저 구석이 왜 유달리 더 까맣지? 그 자리에서 날 관찰하고 있진 않을까.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짧게 두려움을 없애달라고 기도를 하다 이마저도 안되면 괜히 옆자리를 더듬거린다. 그럼 오빠가 인기척을 느끼고 일어나 묻는다.

"왜, 무서운 꿈 꿨어?"
"응." 머쓱하게 대답하는 나.

안아주면서 조용히 손을 잡아주니, 두근거리는 심장이 차차 안정된다. 오빠의 체온에 나도 모르게 또 서서히 잠에 든다.


대체 난 왜 30대가 넘어서도 겁이 많은걸까. 외부반응에 민감하고 예민한건지. 하긴 결혼 전에도 무서운 꿈을 꿨을 때 엄마 옆으로 가는 걸 보며 내 동생이 참 신기한 눈으로 보긴 했었지.

"엄마, 너 방에서 가위 눌렸었다. 뭔가 느낌 이상했어. 그때"

결혼하고 나서 연락 받은 그 말에 친정집을 놀러가면 괜히 그 방을 들어가지 않았다. 자고 갈때면 새벽에 화장실을 갈 때 그 방을 쳐다 보지 않았다. ( 뭐라도 보이면 어떡하나..)

내가 남들이 말하는 기운이 약한건가..?

(전 크리스천인데요..)


지금 함께한 2년 동안 오빠와 잠을 같이 들다 보니, 혼자 있는 방에 잠을 자기가 어려워졌다. 피곤해도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예민해서 작은 소리나 불빛에도 눈이 떠지곤 한다. 오빠는 나 때문에 서울을 가야할 때면 동생이나 친구 한 명을 불러 같이 자라고 할 정도가 되었으니.

매번 잘 때마다 이런 나 때문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했는데 어느 날 오빠가 답답했는지 끙끙거리면서 신음소리를 내길래 깜짝 놀랐다.


" 오빠, 오빠 괜찮아?"


가위라도 눌렀나 싶어서 얼른 몸을 흔들어 깨웠더니 곰이 자신을 짓눌렀다나 뭐라나.

그 말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겁이 많은 나라서 미안해. 이런 나라도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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