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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 순간 Aug 03. 2024

신혼일기 5- 우리는 지구를 지키는 부부

음식물 처리기 샀다가 나온 에어팩으로 만든 거실 테이블


최근에 날파리가 집에서 몇 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면 보이는 한 마리에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에 미닉스 음식물 분쇄기를 구매했다. 도착해서 상자를 뜯어보니 파손될까 염려되어 큰 종이 상자 안에는 에어팩으로 감싸져 있었다. 상품이 안전하게 오는 건 좋지만 항상 큰 물건을 살 때마다 나오는 재활용 쓰레기를 보면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재활용을 버릴 때마다 아파트 한 동에만 가득 쌓인 쓰레기장을 볼 때마다 놀라곤 한다.      


"뭐 하나 시키면 뭐 이렇게 재활용쓰레기가 많이 나올까?"

"오, 잠깐만 에어팩 버리지 말아 봐."

"왜?"

"이걸로 거실테이블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저걸로? 어떻게 만들겠다는 거야?"

"기다려봐. 내가 밥 먹고 만들어 볼게."

     

오빠는 기다란 에어 팩을 접어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겹치며 궁리하더니 5분 만에 간이 테이블을 만들었다.



"짜란! 어때"

"이게 되네?"


전부터 거실테이블이 있어야 영화 볼 때 뭐 먹기 편하다고 하더니 재활용 쓰레기로 만들 줄이야? 며칠 쓰고 버리겠지 생각했지만 벌써 두 달째 함께 하고 있고, 우린 이 친구를 편하게 잘 사용하고 있었다.  영화를 볼 때아이스크림을 올려두고 먹으니 너무 편하고 사이즈도 우리 거실에 딱 맞아서 너무 좋았다. 그러다 저번주 주말에 오빠 친구 커플이 놀러 왔다.


“세상에. 이게 뭐야? 안 어울리게. 새로 사.”

“그니까, 오빠, 내 친구 거실 테이블 좀 사주자.”

두 사람 모두 거실테이블로 가장한 에어캡을 보고 기겁했고 내 친구는 너무 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야. 우리 이거 엄청 잘 써. 아이스크림 먹을 때나 이 밑에 누르면 보관도 된다고.”

“이건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아냐. 이거 얼마나 튼튼한데.”     


그 말을 의심했는지 오빠 친구가 몸을 날려 테이블을 납작하게 바닥에 짓눌렀는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이런, 이제 못 쓰겠구나 생각했지만 찌푸되자마자 용수철처럼 복원되었다.

“어라? 이것 봐라?”     

이리저리 발로 밟고 해도 원래대로 돌아오려는 제 성질을 가진 것처럼 에어팩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4명이서 테이블에 모여 깔깔 대며 웃었다.


우린 이 테이블이 불편해지기 전까진 사용할 생각이다.


1. 샤워는 짧고 간단하게

2. 배달 대신 직접 가서 먹기

3. 장 볼 때는 필요한 양만큼만 사고 버리는 음식은 줄이기

4. 비닐봉지와 비닐팩은 더럽지 않은 이상 씻어서 한 번 더 사용하기.     


기본적인 이 4가지는 우리 부부가 실천 중에 있다. 우리 부부는 환경에 관심을 조금 가진, 작게나마 실천하고 싶은 지구를 지키는 부부가 되고 싶어서였다. 코로나가 터지고 난 직후 해양생물이 우리가 쓴 마스크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부터였다. 외국에서 일어난 큰 산불로 많은 나무들과 동물들이 죽었을 때도. 그때 이상한 기후의 현상들도. 영상을 계속 찾기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오빠, 우리 10년도 안 돼서 마포구, 양천구, 물이 있는 곳, 부산까지 물에 잠긴데. 최근에 다녀온 바르셀로나도 잠기는 도시가 된대."

"정말 그럴까?"

"우리는 환경을 지키려고 노력하자."


오늘 아침에는 다 썼던 제습제 통 안에 염화칼륨을 부어 다시 새로운 제습제로 만들었고 설거지할 때 내가 사용하고 비닐랩까지 오빠는 물로 씻어서 거꾸로 매달아 말려둔다. 오빠는 화장실 휴지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 우리 집에서 휴지는 나만 사용하는 사람이 되었다. 휴지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니까. 엊그제 숏츠를 보다가 대나무 휴지가 친환경적이라는 정보를 보았다. 다 쓰고 나면 바로 바꿔야겠다.     

 

누군가는 내 글을 보면 요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는 이미 시작됐고 탄소 배출량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현재 지구 온도에서 2도만 높아져도 일어나는 현상들, 탄소를 먹는 많은 고래들의 개체 감수도, 뜨거워진 해수면도. 언젠가 잠기게 될 도시 중에서도 한국도 피할 수 없는 도시가 되었다. 너무 두려워진다. 우리의 미래가 불안한데 그것도 10년 안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테니까.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이들은 어느 정도 이미 지구의 상황을 알고 있지만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개개인과 기업들 역시 심각성을 깨닫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실천하는 모습은 보이고 있다.

텀블러를 사용하고, 배달 대신 외식을 하고, 포장용기 대신 집에서 통을 가져와 담아 가거나, 물티슈 대신 행주를 사용한다거나 1회용 비닐 대신

좋은 영향을 가진 사람들이 앞서나가 보여준다면 서서히 확산되어 지구를 지키는 좋은 실천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이 무더운 더위도 앞으로의 여름철에 비해 가장 시원한 날씨일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겨울은 또 얼마나 추운 겨울이 찾아올까. 후세에 있을 어린아이들은 자외선에 괴로워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없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우린 지하 벙커나 어딘가에 갇혀 살아가야 안전하게 되지 않을까?    

 

끊임없는 나의 걱정과 호기심으로 인해 오빠도 나와 함께 더 환경을 생각하게 되고 작은 죄책감이 조금이나마 실천하는 계기가 된 건 아닌지. 우리가 지구의 자연을 통해 편히 살고 있는 것처럼 아파서 질병을 앓고 있는 지구를 위해 나무를 심고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부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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