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너머, 아이의 마음까지

신경진 『작가들의 책장 훔치기』로 읽는 교사의 상상력과 해석의 한계

by 차미레
책장은 사람을 드러낸다.
작가들이 남긴 책의 흔적을 좇으며, 나는 교사의 시선으로 묻는다.
상상하는 교사, 해석하는 교사, 그리고 그 해석의 한계에 대하여.


교사는 언제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금’을 살아내지만,

사실은 매일매일 그들의 내일을 설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종종 묻는다.

“나는 과연 상상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아이들의 미래를, 교실의 변화를, 교육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있는가?”


작가들의 책장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들의 ‘취향’을 엿보는 일이 아니다.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해석해 왔는지를 추적하는 일이다.

나는 그 책장을 훔쳐보며

자연스레 교사의 책장을 떠올렸다.


나는 교사로서,

어떤 책을 읽어왔는가.

무엇을 위해 읽었고, 누구에게 건네기 위해 읽었는가.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책장을 보여주었는가.


교사는 언제나 단단해야 한다는 믿음.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감정을 절제해야 하며,

아이들 앞에서는 늘

‘준비된 상태’로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그래서 나는 자주 내 삶을 숨겼다.

힘든 날도, 고단한 고민도 ‘괜찮은 척’ 넘기며

나의 내면보다는

아이들의 표정에 더 집중했다.

그런데,

그런 교사가 정말 '좋은 교사'였을까?


교사는 아이들의 ‘역사’를 매일 쓰는 사람이다.

생활기록부에 남는 짧은 문장 하나가,

그 아이의 시간과 경험을 정의해 버릴 때가 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한다.

내가 본 것이 전부였을까?

나는 그 아이를 충분히 ‘읽고’ 있었을까?

책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려 했던 작가들처럼,

나 역시 교실에서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썼지만,

그 이해가 자의적 해석은 아니었는지 자문하게 된다.


『작가들의 책장 훔치기』는

작가들의 독서를 통해

나 자신의 교육 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나는 이제 안다.

책장을 훔친다는 건, 책을 읽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건 결국

사람을 읽는 방식,

세상을 이해하려는 태도의 문제였다.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친다.

내가 다 읽지 못한 한 아이의 마음,

내가 다 알지 못하는 미래,

그리고-

나 자신이라는 한 사람을

조금 더 읽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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