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한 마리

적과의 동침 Episode 2.

by 차미레
흐린 물속에선 무엇도 선명하지 않다.
누가 진짜고, 누가 거짓인지.
누가 책임지고, 누가 빠져나갔는지.
미꾸라지 한 마리는 오늘도 진흙을 일으킨다.


하영은 요즘, 일거수일투족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낀다.

어디를 가든, 무슨 말을 하든—눈이 따라붙었다.

그냥 기분 탓이었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배신’이라는 말.

정말 이런 때 쓰는 말일까.


하영은 자신의 자리였던 전담교사 자리를 기꺼이 A교사에게 양보했다.

그런데도 A는 고마움은커녕, 사사건건 하영을 물고 늘어졌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속담처럼.


그 갈등의 시작은 의외로 사소했다.

하영이 B교사와 함께 일할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아주 조용한 사실 하나가

A교사의 마음에 가시처럼 박혔다.


하영은 A교사와의 불편한 공기를 애써 모른 척했다.

한 번쯤은, 두 번쯤은,

그럴 수도 있다고 넘겼다.


하지만 A는 매번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었다.

회의 중, 하영이 제안한 의견을 슬쩍 비틀어 반박하며

“그건 B 선생님 스타일이잖아요?” 하고 웃는 말투로 쏘아붙이거나,

업무 분장을 할 때마다 “아, 저는 하영 선생님처럼 능숙하진 않아서요”라고

능청스럽게 선을 긋곤 했다.


그 말들은 겉으론 예의 바르되, 속은 흙탕물이었고,

하영은 점점 고립되어 갔다.


며칠 전엔 더 황당한 일이 있었다.

A가 맡은 업무 중 하나가 엉망이 되었고,

그 책임이 느닷없이 하영에게 돌아왔다.

보고서가 빠졌고, 전달이 누락되었다며 교감이 언성을 높였을 때,

A는 멀뚱히 서서

“저는 하영 선생님한테 전달드린 줄 알았는데요?” 하고 말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란 말이 이런 거였다.

잡으려 하면 스르륵 빠져나가고,

상황은 엉켜버리고,

결국엔 다른 누군가가 책임을 떠안는다.


하영은 문득, 그 미꾸라지가 자꾸만 자신 주위를 맴도는 느낌을 받았다.

바닥에서 자꾸만 흙탕물을 일으키며, 주변을 흐리게 만드는 그 존재.


하영은 다짐했다.

흙탕물 속에서 더 이상 눈을 감지 않겠다고.

그 미꾸라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언젠가 반드시 진흙 속에서 고개를 내밀게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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