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교사에게 맞은 뒤통수

적과의 동침 Episode 1.

by 차미레
"우진이의 잘못도, 하영이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의 마음에 남은 편애와 집착이 만든 _뒤틀림_이었다."


“교장 선생님, 만약 똑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그땐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후배니까, 교장 선생님께 의논드리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며칠 전, 하영이는 다른 학년의 동료 교사에게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우진이를 일방적으로 미워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


하영은 말문이 막혔다.

우진이를 특별히 혼낸 적도, 유독 차별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의 출처가… 놀랍게도 동료 교사,

무려 자신보다 스무 살 이상 많은,

그리고 평소 거의 대화도 나눈 적 없는 50대 중후반의 선배 교사라는 것이었다.


“왜지? 내가 뭘 잘못했지?”

‘혹시 내가 모르게 우진이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닐까?’

‘수업 중 놓친 게 있었나…?’

하지만 아무리 떠올려도 명확한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스친 생각.

혹시… 그 선생님이 작년 담임이었나?


하영의 촉은 틀리지 않았다.

소문의 근원지인 그 선생님은 우진이의 1학년 담임이었고,

우진이는 그 반의 자타공인 ‘애제자’였다.


하영이 보기에, 우진이는 또래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똑똑한 부분도 있었지만,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았고,

어쩌면 또래보다 부족한 면이 더 많았다.

집에서 오냐오냐하며 키운 티가 났고,

혼자서 무언가를 해내기보다 선생님의 시선만 좇는 아이였다.

하영이는 우진이를 다른 아이들과 같은 기준으로 바라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같은 기준’이었다.

1학년 때 받았던 전폭적인 사랑과 특별 대우가 사라지자,

우진이와 엄마는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불만은 자연스럽게 1학년 담임과의 상담으로 이어졌다.

그 상담은 곧, 하영이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2학년 선생님은 우진이를 왜 저렇게 대하지?”

“작년에는 우리 반에서 제일 똑똑했는데 말이에요…”

그 말은 점차 ‘담임인 하영이가 우진이라는 아이를 일부러 미워한다’는 소문으로 둔갑했고,

그걸 흘린 사람이 바로 그 선배 교사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하영은 순간 숨이 막혔다.


교사가 학부모와 한편이 되어, 다른 교사를 모함하는 일.

그것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하영은 깊은 허탈감을 느꼈다.

자신은 아이를, 그리고 동료를 정직하게 대했다고 믿어왔는데,

그 신념이 너무도 쉽게 왜곡된 것이다.


처음엔 그냥 넘기려 했다.

하지만 소문은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더 부풀어지고 있었다.


결국, 하영은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이건 더 이상 단순한 오해나 감정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은 교장은 짧은 침묵 끝에 말했다.

“그 선생님 말이지요. 사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영은 놀란 눈으로 교장을 바라보았다.

“학부모와의 관계가 너무 깊어지다 보니,

담임이 바뀐 뒤에도 계속 간섭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죠.

또 이런 일이 일어났군요.”


하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문제는 처음부터 그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하영 선생님, 많이 속상했겠네요.

선생님의 잘못이 아닌데, 선배가 후배를….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가 분명히 조치하겠습니다.”


모든 게 풀린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오늘은 혼자 참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교장실에서 나서며,

하영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이제는 알겠다.

말하지 않으면, 오해가 진실이 되고

침묵은 방조가 된다.

다음엔,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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