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감의 그림자

아픈 손가락 Episode 4.

by 차미레
‘내가 더 낫다’는 믿음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그리고 그 믿음이,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드러날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한 교사는 오늘도, 아이 마음에 자라나는
‘우월감’이라는 그림자와 마주하고 있다.


쌍생아.

누나 민아는 동생 민호보다 늘 ‘조금 낫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호는 또래에 비해 인지 발달이 느린 편이었다.

반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민호를 동생 다루듯 했고, 다행히 큰 마찰 없이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부모 역시 민호의 특성을 알고 있었는지, 민호네 반은 조용했다.

민원 하나 없이.


문제는 민아였다.

민호에 비해 ‘낫다’고는 해도, 민아 역시 또래보다 뛰어나진 않았다.

오히려, 부정적인 면이 더 먼저 자라났다.

민호를 향한 우월감은, 교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자신이 더 낫다는 감정. 더 인정받아야 한다는 욕망.


하지만 요즘 세상에, 자기만 공주이고 자기만 왕자인 아이가 어디 있나.

모두가 주인공인 시대다.

민아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수정’이라는 아이를 찍었다.

겉으로는 갈등이라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민아는 줄곧 수정이보다 자신이 낫다고 여겼고,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수정이는 외동딸이었다.

부모의 양육방식 덕분인지 제법 무던한 아이였다.

나서기보다는 물러서고, 눈에 띄기보단 묵묵한 성실함.

공부가 특별히 뛰어나진 않았지만, 예의 바르고 순수한 아이.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단단해졌고, 4학년이 되자 ‘모범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민아는 1학년 때의 수정이만 기억했다.

조금 여리고, 소심했던 그 모습.

그래서였을까. 교사나 친구들이 수정이를 좋게 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민아는 사사건건 수정이를 트집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정이의 행동에서 문제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집에만 가면 상황이 뒤집혔다.


민아는 엄마에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하영에게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했고,

하영은 사실 확인을 위해 민아를 불렀다.

민아는 그 과정을 즐기기라도 하듯, 점점 더 ‘주목받는 방식’을 고집했다.

그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자, 하영은 지쳐갔다.


하영은 민아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님, 4학년이면 자신의 이야기를 선생님께 직접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집에만 가면 상황이 달라지니…

아이가 학교에서 겪은 일이 있다면,

직접 선생님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어머님도 지도해 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바뀌지 않았다.


하영은 방법을 달리했다.

하교 전, 민아를 조용히 불러 말했다.

“민아야, 혹시 오늘 힘들었던 일, 선생님이 몰랐던 일이 있다면 여기다 적어볼래?

말로 하기 어려우면 글로 써도 좋아.”

그렇게 하영은 ‘학생 일지’를 시작했다.

말로 풀지 못하는 감정을, 글로라도 표현하게 하고 싶었다.


누군가 칭찬을 받기라도 하면,

민아는 자기가 더 낫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자신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그 감정을 제삼자에게 쏟아냈다.


그건 생활지도의 몫일까.

가정에서 다뤄야 할 문제일까.

하영은 혼란스러웠다.


칭찬은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좋은 점에서 비롯된다고 가르쳤지만—

민아는 여전히 민호보다 더 나아야 했고,

수정이보다 더 인정받아야 했다.


민아의 ‘우월감’이라는 그림자는,

교사의 하루뿐 아니라,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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