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마주칠까 두려운 아이

아픈 손가락 Episode 3.

by 차미레

하영이가 첫 발령을 받았을 때, 아이들과는 띠동갑이었다.

이제는 그 아이들도 어엿한 어른,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었을 테니,

교사로 살아온 시간도 어느덧 그만큼 쌓였다.


그 아이들 중, 유독 길에서 마주칠까 두려운 아이가 있다.

어쩌면 하영이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일지도 모른다.

그때,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조금만 더 애썼더라면.

포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영이가 누구보다 정성을 쏟았던 아이.

그러나 결국, 마지막 끈을 놓아버렸던 아이.


그 아이는—

이중적인 얼굴을 가진 아이였다.

체구는 또래보다 작고, 피부는 하얗고, 얼굴도 귀엽게 생겼다.

처음 본 사람은 하나같이 “설마, 저 아이가?” 하고 반문할 만큼 인상이 순했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자기밖에 모르고, 입은 거칠고, 사악함이 몸에 밴 듯한 아이.

작은 체구였지만, 덩치 큰 아이들조차 그를 피했다.


이미 3학년 때 그 아이는,

임신 중이던 담임 선생님을 병가로 내몰았고,

학교의 대형 유리창을 깨고도 당당하게 말했다.

“내 잘못 아니에요.”


이름은, 호진.

하영이는 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회복적 생활교육, 비폭력 대화, 행동치료…

하영이가 배운 모든 이론과 실천을 동원해,

호진이를 학급의 일원으로 품고자 했다.


인내심과 여유, 매일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호진이는 매일같이 문제를 일으켰다.

학급 내 문제는 하영이 선에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반, 다른 학년과 엮인 문제까지 번져가자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하루, 또 하루.

하영이도 조금씩 지쳐갔다.

다행히 다른 아이들은 하영이의 노력을 알아주었고,

학부모들도 하영이가 애쓰는 모습을 잘 알고 있었기에 협조적이었다.


하지만, 단 두 사람—

호진이와 그의 엄마만은 늘 불만이었다.

말꼬리를 잡았고, 문제를 확대했고,

틈만 보이면 균열을 내기라도 하듯 움직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하영이는 그 아이의 실체를 보게 되었다.

호진이는, 엄마 앞에서는 한없이 착한 천사였다.

그동안 다른 아이들이

“호진이는 엄마 앞에서는 안 그래요.”

라고 했을 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었다.


공개수업이 있던 날.

그날도 호진이는 어김없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짜증을 내고, 친구에게 욕을 하고, 하영이에게 대들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호진이는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되었다.

말투가 바뀌었고, 태도가 바르게 정돈되었고,

심지어 친구들과도 모둠 활동을 문제없이 수행했다.

발표도 또박또박, 자세도 흐트러짐 없이.

세상 가장 바른 학생처럼.

당황한 건 하영이만이 아니었다.

같이 참관하던 학부모들,

학생들,

심지어 다른 교사들까지—

모두가 낯선 장면 앞에서 멈춰 섰다.


수업이 끝나자,

호진이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수고 많으셨어요. 우리 애, 오늘 잘했죠?”

그리고 아이를 끌어안았다.

자랑스럽다는 듯이.


그 순간,

하영이는 무너졌다.

그간의 노력과 믿음, 기대까지—

모두 허공에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영이는 조금씩 무너졌고,

남아 있던 의지도 서서히 꺼져갔다.

그리고 지금도—

그 아이, 호진이만은 길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다.

그건,

그 아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끝내 포기해 버린 자신에 대한 자책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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