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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 Mar 26. 2024

조직문화는 종합적 예술이다.

18년에 진행된 대한상공회와 맥킨지의 조직 건강 및 조직문화 진단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활발하게 기업문화 개선을 하는 조직에서도 실제 변화를 만들어낸 곳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발표하였다. 심층 진단에 참여했던 8개의 기업 모두에서 지난 1~2년간 활발한 기업문화 활동이 이루 졌으나 이런 활동이 실질적인 조직적 개선과 함께 글로벌 평균 대비 상위 수준 건강도를 보인 기업은 한 곳 밖에 없었다. 이들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업문화를 위해 추진하는 활동은 주로 가족의 날, 정시 퇴근 방송, 소통 행사 등 캠페인성 활동에 치우쳐 있으며, 일부 제도 변화의 경우 강제 소등, 집중 근무시간 운영 등 일부 강제적인 조치들이 대부분 이였다. 이에 대한 구성원들은 이러한 활동들이 실질적인 성과나 문제와 연결되지 않은 헛구호에 그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혁신적인 과제들로 인한 업무나 혁신 피로감을 가중시킨다고 대답하였다.


조사 대상 중 근본적인 개선을 이룬 한 개 회사는 뚜렷한 비전과 명확한 전략적 목표 하에 일과 성과만으로 말하는 조직이라는 비전을 선포한 후 이를 추구하기 위해 조직구조, 성과관리제도, 업무 방식의 총체적인 변화를 추진했다. 작은 단위 조직들을 독립된 애자일 조직으로 변화시키고 책임에 맞는 독립성을 부여하여 팀장들이 사업가로 일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었다. 또한 성과체계를 개편하고 업무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대면보고, 형식보고폐지 등), 조직 간 샤일로 제거를 위한 정보공유 확대와 리더와 구성원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문화 개선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비즈니스 전략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운영 전략/시스템과 조직문화를 별개의 문제로 본다. 가시적 성장, 재무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구성원의 몰입, 동기부여, 신뢰 등을 이끌어 내는 조직문화는 다른 이슈라고 생각한다. 재무적 목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에서 부정적인 문화 징후가 발견돼도 조직의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며 언제나 부분적으로 다뤄지고, 그것도 주로 개인의 의식변화에 초점을 둔다.  

일반적으로 최고 경영자는 성과주의 고도화를 통해 엄밀한 성과 측정과 보상 차등화, 효율화 관점에서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성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엄격한 성과 문화를 만들라고 하는 반면 신뢰하고 조직에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라고 한다. 그러나 고성과 조직에 대한 연구 성과를 보면 구성원들에게 정서적, 경제적 압력이나 타성에 의한 행동보다는 즐거움, 의미, 성장 동기를 가질 때 실질적이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가지 전혀 다른 문화적 특징을 추구하라는 요구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인사컨설팅 스펜서 스튜어트 연구진은 조직문화를 8요소(배려, 학습, 즐거움, 결과, 권위, 안전, 질서)로 구분하고 기업마다 여러 요인이 혼재되어 독특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내며 그 조합은 조직문화를 정의하고 이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상적인 조직문화는 없다.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을 보면 애플은 시장지향적 조직문화를, GE는 리더십 지향 조직문화, 넷플렉스는 자율과 책임의 조직문화 등의 문화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처럼 조직문화는 회사의 전략 방향이나 시장 내 차별적 경쟁 우위를 극대화하기 위한 그 기업만의 최적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스펜서 스튜어트 연구진은 조사한 기업 중 89%가 성과지향적인 업무환경을 뜻하는 ‘결과’ 문화가 발견되었으며 인간관계와 상호신뢰에 중점을 둔 ‘배려’의 문화가 63%를 차지했다. 이러한 패턴은 기업규모 유형, 지역, 업계에 걸쳐 일관되었다. 기업들은 성과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조직 내 융화라는 모순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맥킨지가 20년 동안 관찰한 결과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던 많은 기업 중 30%만 성공하고 70%는 매번 실패하는 이유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기업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사업 목표는 매출이나 시장 확대를 하고 이를 통해 개인들의 성과를 철저히 평가하고 동시에 팀워크나 협동심을 강조한다. 이 경우 직원들은 팀 성과와 타 부서와의 협업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자신의 업무 능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다른 한편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하면서 리더십은 수직적인 리더십을 유지하며 원가 중심의 빠른 추격자 전략을 추구하며 그 바탕에는 권위와 질서를 강조한다. 몇십 년 동안 조직 내 공고해진 권위와 질서의 벽을 하루아침에 해체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수평적이고 배려 있는 조직문화를 탈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고 외치면서 오히려 전혀 반대되는 스타일을 가진 리더들이 CEO가 되고 승진되는 것을 보고 사실상 조직문화를 변화시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은밀히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조직문화자체의 이슈가 아니다.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문화자체보다는 기업이 스스로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할 것인가이다.  따라서 문화는 따로 떨어져 다루어져야 할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 전략과 마찬가지고 전략 차원에서 동시에 다뤄져야 하는 종합 예술이다. 


기업의 성공을 정의함에 재무적인 성공뿐 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성공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핵심가치 행동강령, 기업윤리. 인재상 등 비재무적인 성공요인이 많은 기업에 존재한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기업의 성공요인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얼마나 될 것인가?  단지 기업의 홈페이지에 잠들어 있는 화석이 아닌가? 기업의 사업계획을 세울 때 재무적 목표만큼 진지하게 심도 있게 논의된 적이 있는가? 과연 우리 회사 비전과 핵심가치를 직원들이 얼마나 알고 있고 실질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때 행동 판단 기준의 잣대로 사용하고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수반되는 당근과 채찍을 하고 있는가? 이러한 것이 리더의 성공을 판단하는 제대로 된 기준으로 사용하는가? 등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대한 질문 수준이 기업문화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결국 조직문화는 기업의 재무적, 비재무적 차원의 성공을 어떻게 균형 있게 추구할 것인가에 합의한 후에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결과이다. 기업은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부딪히는 양 가치의 충돌에서 어떤 원칙으로 합의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정해 놓은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사업적 성공을 그리고 실패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재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실패는 실패일 뿐이다. 그러나 비재무적인 관점의 실패는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일 일상을 결정하는 것은 가치와의 상호작용 속에 책임 있고 일관된 대답을 할 수 있는 공유된 가치나 신념이 존재해야 하면  문화를 제대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1. 대한상공회와 맥킨지(2018). 한국 기업문화 및 조직 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 서울: 대한상의

2. 장은지(2018). 당장 효과가 없고, 측정도 어렵지만, 조직문화는 강력한 미래 성과 예측 지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1월-2월 합본

3. 김성남(2014). CEO의 의사결정이 곧 조직문화다. 동아비즈니스리뷰, 165호

4. 이재(2018). 교육, 전담 부서만으론 문화 절대 못 바꿔, 성공 재정의하고 전략, 구조 개편하라. 동아비즈니스리뷰, 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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