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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 Mar 27. 2024

조직문화 변화는 누가 할 수 있는가?

CEO는 문화 큐레이터이다 

MS는 윈도 OS로 전세계 PC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었다. 2004년 MS의 매출은 애플의 4배였다. 2011년 안드로이드와 iOS 스마트폰이 급증할 때도 PC를 스마트폰으로 대체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유지하였다.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갖게 되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애플 스마트폰에서 뒤처지자 스티브 발머 전 CEO는 뒤늦게 시장을 따라가기 위해 노키아를 인수하였으나 오히려 MS에게 독이 됐다. 그 이후 사티아 나델라는 2014년 취임하면서 미션을 새롭게 설정,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인텔리전트 엣지로 새롭게 설정하였다. 그는 클라우드가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이고, 한편으로 MS가 여러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와 연결하면 아마존이나 구글보다 앞서갈 것이라 판단하였다. 


나델라는 CEO에 취임하자 회사 초창기 조직을 관통했던 ‘하나의 MS’라는 가치를 새로운 차원에서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전 구성원은 한 가지 공통된 미션 아래 모인 가족이며, MS의 미션은 소비자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나델라는 MS의 문제점을 고정관념, 자만심, 도전하지 않는 문화라 진단했다. 주가 하락은 현상일 뿐 진정한 문제는 문화에 있다고 본 것이다. 조직 디자인, 인사시스템, 교육, 문화 등 네 축에서 변화를 결정했다. MS는 나델라가 취임하기 전까지 내부 조직 간 갈등이 첨예하던 회사였다. 협업이나 소통보다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회사를 움직였다. 나델라는 엔지니어링, 영업, 지원부서 등의 협업을 중심으로 조직을 새로 구성하고 사업부 간 협업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사업부 개편의 목적은 또한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한 것으로 직원들이 의사결정의 충동이 있을 때 고객을 최우선으로 보았다. 그는 CEO를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로 보았다. 


조직문화 변화는 누가 할 수 있는가? 조직문화 전담자가 할 수 있는 것인가?  나델라처럼 CEO는 문화를 더 이상 기업의 파편적이고 부분적인 문제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총체적인 문제인 동시에 최고 리더십이 직접 주관해야 하는 과제이다. 더 이상 실질적인 권한을 주지도 않은 체 전담조직을 만들어 그들 만의 책임으로 문화를 떠 넘기는 행동을 반복해서 안된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MZ세대가 기업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존의 기업 문화가 4차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하에 현재 조직들이 조직문화 전담조직을 너도 나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조직문화는 최고 경영진이 주도하에 전략적으로 이루어져 야지 조직 문화팀만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에 대한 조직의 전반적인 인식의 전환이 없이 문화를 개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문화 전담 조직은 태생부터 권한과 역할이 제한되어 있어 설령 문화 이슈의 구조적 원인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이를 개선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놓여 있다.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어떤 것은 권한도 없고’ ‘어떤 것은 예산이 없이’, ‘제도/시스템 관련 이슈는 문화팀의 역할과 관계가 없어’ 등의 다양한 이유는 조직문화팀에서 일했던 필자의 입장에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벤트, 홍보, 교육에 국한된 것뿐이였다.


요약하면 조직문화가 전략적으로 비즈니스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다뤄지기 위해서는 1) CEO가 주관이 되어 우선 기업의 성공을 정의하고 양보할 수 없는 가치와 태도가 무엇인지 합의하고 2) 기업의 건강한 성공을 방해하는 위험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과 인식, 공감이 모든 조직원과 함께 이루어지고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3) 조직운영 전략 차원에서 조직구조, 제도, 시스템, 리더십 등을 통합적으로 일관성 있게 조율시켜 나가야 한다. 4) 관련된 시스템을 정비한 후 시스템 변화에 따른 적응 과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 적응 과정에서 교육과 캠페인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게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왜 우리가 변화해야 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와 변화 비전을 최고 경영자가 명확하게 제시/공유하고 과거의 가치로부터 과감하게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외형적인 변화와 조직구조의 변화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끊임없는 소통으로 기성세대인 리더들을 설득하고 MZ세대의 마음을 얻는 지속성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을 위해서는 미션/비전에 맞는 가치관, 리더와 구성원, 그리고 조직운영이라는 다양한 영역이 모두 한 방향으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새로운 조직문화로 변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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