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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 Mar 28. 2024

코끼리를 통째로 먹지 마라.

조직문화 변화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조직의 변화는 눈에 보이는 구조나 제도보다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추구하는 가치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이 중요하다. 변화관리 컨설턴트 윌리엄 브리지스는 Change 대신에 Transit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Change는 정책이나 조직규모, 사업구조 등 외형적인 변화에 해당하는 반면, Transit은 구성원의 심리, 정서, 태도, 가치 등의 변화다. 속도도 빠르고 관리하기 쉬운 change와 달리 Transit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시나 강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코끼리를 한 번에 먹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코끼리 한 마리를 다 먹기 위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매일 조금씩 먹어야 할 것이다. 그것도 개인의 소화력과 체질에 따라먹는 속도도 다를 것이다. 조직문화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변화를 추진해 나가면서 매일, 매주의 목표 달성이 쌓여 성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초조한 CEO들은 변화를 추진할 때 근본적이고 급진적이고 한번에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기 저항이 있더라도 한번에 크게 변화를 추구해야 결과적으로 상처가 적다고 여긴다. 물론 구성원 모두가 변화에 합의가 잘된 상태라면 시간을 끌기보다는 한번에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기득권을 가진 보수적 계층이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구성원이 대다수일 때 이러한 변화는 실패하기 쉽다.


변화는 위험 부담이 낮은 작은 목표를 수시로 던져주어야 결과적으로 빠르게 일어난다. CEO가 실패하기 쉬운 것은 변화에 대한 조바심을 가지고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것이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보는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변화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순차적으로 던져줌으로써 변화 에너지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직의 변화도 그 속도 맞춰 빨리 이루어야 한다는 조바심에 빠질 때 변화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뿌리 깊은 구성원들의 공통된 믿음이나 가치는 기존 변화 접근 방식으로 쉽게 변화시킬 수 없다. 조직문화 변화를 인위적으로 시도하는 노력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구성원의 믿음, 가치에 대한 깊은 있는 이해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조직문화가 변화하기 쉬었다면 어느 조직이나 원하는 조직문화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194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커트 레빈은 조직의 변화관리를 위해 Unfreezing-Moving-Refreezing변화관리 단계를 정리하였다. 레빈의 장이론(Field Theory)에서 인간의 행동은 그를 둘러싼 환경(장)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기업에서의 환경은 근무환경, 제도 등의 물리적인 환경과 사람들이 만들어낸 제도, 가치관 등의 심리적 환경, 주변의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등을 포함한 역동적인 환경이다. 구성원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개인적으로 해석해 나가면서 심리적인 환경을 내면화한다. 이러한 심리적인 환경을 집단적으로 내면화한 것을 집단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레빈의 변화프로세스 첫 번째인 Unfreezing단계에서는 기존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파괴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조직문화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변화의 필요성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문화(물리적/심리적 환경)를 모두 바꿔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변화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이 일어난다. 기존의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장을 변화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 저항은 필연적인 것으로 큰 조직일수록 변화에 대한 갈등도 크다. 새롭게 요구되는 사고/행동 방식과 기존 방식에서 오는 차별성을 확산시키고, 현재상태를 유지하려는 힘을 약화하여 변화추진력과 저항 사이에 균형을 파괴해야 해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다시 말해 변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필요성(힘)을 의도적으로 키워야 변화를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Moving단계에서는 변화의 필요성 및 변화에 대한 이해를 넘어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사람들은 변화를 이해하고 믿기 시작하고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기존 환경들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환경을 구축하는 여러 활동들이 실행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발생하면서 변화를 실행시킨다. 행동계획이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설계되지 못하면 의미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단계에서 리더는 변화를 지지하는 강력한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변화과정을 이끌 수 있는 전문지식과 파워를 가진 변화관리 팀을 구축하여 사람들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방해물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변화를 선도하고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조직 내 존경받고, 신뢰받는 사람 또는 호감을 받는 사람 등을 선별하여 다른 직원들과 원활히 소통하게 한다. 여러 다양한 계획한 시도들에 의해 새로운 환경(장)이 형성되는 단계이다.


세번째 Refreezing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업무수행 방법을 채택하고 적용하기 시작할 때, 즉 변화가 물리적/심리적 환경에 정착되고 내면화되는 단계이다. 새로운 가치관이 인정되고 변화된 행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며 조직 및 직무가 안정되는 단계이다. 제도/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가치관을 정착시킨다. 모든 새로운 가치가 정착되고 내면화되어 구성원들의 자신감이 확산되는 단계이다.


변화 저항은 당연한 절차이다

조직이 변화가 실패하는 이유는 레빈이 말한 첫 번째 변화 단계에서 기업 저변에 깔린 장애물을 제거하지 못한 경우이다. 그 장애물은 조직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일상적인 루틴과 의례들이다. 즉 조직의 관습이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기존의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집단가정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들이다. 조직문화를 혁신한 기업에서 나온 행동들은 우리에게 별로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호기심 많고 또래와 함께하고 모험을 좋아하던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된다. 학교에 입학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세상에는 정답 있다는 교육을 받으며 우리는 예절 바르게 질문을 해야 하며 의문을 제시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는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다른 가치가 기존의 조직 가치(조직 관습)와 상이할 때 어떻게 행동할지를 조직 경험을 통해 체득한다. 

 경영진에게 무엇이 조직 문화의 혁신을 가로막는지 물어보면 “그동안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봤지만 성과가 없다. 아이디어가 결실을 보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직원들이 변화에 소극적이다”라는 등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조직에 퍼져 있는 이러한 관습은 혁신을 방해하는 최대요인이다. 관성으로 억눌린 환경에 있는 사람에게 더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라고 많은 시간을 준다고 해도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일하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지 새로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운 교육을 한다고 해도 기존 루틴과 맞지 않으면 헛수고이다. 정신교육도 마찬가지다. 익숙하지 않으면 기존의 것으로 돌아오려는 회복탄력성으로 인해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우리는 변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탓한다.


2010년 맥킨지의 조사에 의하면 변화에 실패하는 원인 중 1위가 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저항(39%)으로 나타났다. <감정은 습관이다>에서 저자가 연구한 결과들은 인간의 뇌는 우리에게 유익한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행동보다는 편한 행동을 하게 되면 변화를 시도했다 가도 다시금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의대 학장이었던 에드워드 밀러(Edward Miller)는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본인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해 준다. 그에 따르면 심장에 이상이 있어 관동상맥 우회로 조성술을 받은 환자의 90%가 수술 후 2년이 지나서도 자신의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는 것을 관찰하였다.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병을 극복하는 것이 본인에게 중요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변화하려는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조직 구성원들 아무리 조직이 심각한 위기 상태에 직면해 있고, 과거의 방식대로 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바뀌어야 하는 것을 느낀다고 해도 자신에게 편하고 익숙한 방식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직문화는 조직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 되고 있으나 많은 조직에서 조직 내부의 구성원들이 특히 조직의 영향이 큰 리더들이 무의식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가지고 있는 집단 가정의 변화를 깊은 고민 없이 피상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문화는 무의식적으로 습관화되어 있어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인내심을 가지고 총체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직문화를 바꾼다고 하면서 대규모의 이벤트나 교육, 혁신적인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 조직문화 전담 팀을 만들어 그들에게 전적으로 변화를 담당하게 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물론 이러한 외형적인 모습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CEO는 왜 이런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일관성 있게 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변화에 방해가 되는 제도나 시스템을 바꿔주어야 한다. 최고 경영층에서부터 시작되는 Top-down방식과 최소 조직 단위의 작은 변화 활동들이 일상 업무 속에서 일어나게 하는 Bottom-up 방식으로 진행되어 조직 내부에서 크고 작은 성공 사례가 쌓여 나갈 때 구성원들의 가지고 있는 심리적 환경(집단적 가정)의 대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Bottom-up방식은 팀 단위 작은 조직 내 변화를 꾸준하게 시도해야 한다. 이를 이끌 사람은 최소 단위 조직의 리더로, 변화하고 싶은 집단 가정을 일상적인 업무 방식에 적용할 수 있도록 변화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이들은 팀 내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인 작은 변화를 일으켜 긍정적인 새로운 집단가정들이 생겨날 수 있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상생활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새로운 가치는 믿음으로 변화되고 이러한 믿음은 새로운 집단가정으로, 새로운 행동이 촉진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중간 리더일 것이다. 리더의 바람직한 행동과 구성원과의 일상적인 상호작용이 회사의 제도나 조직구조의 변화를 통해 강화될 때 새로운 긍정적 집단 가정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강진구(2017).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 Change Management. 서울: LG경제연구원

2. 한선생(2016). 심리학자도 모르는 심리학 이야기2. 한걸음 문화 심리학 블로그. Brunch, https://brunch.co.kr/onestepculture/73

3. 원지원(2014). 조직의 변화, 구성원의 구체적 행동변화에서부터. 서울: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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