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1.
파란 집에 노란 문.
그리고 그 집을 온통 둘러싸고도 덮은 꽃의 넝쿨.
모두가 푸르다 못해 검어진 녹음으로 빽빽한 숲 속
갑작스레 보이는 선명한 노란 문.
빽빽한 넝쿨과 붉은 꽃으로 감긴 노란 색채에
홀린 듯이 문 앞에 다가섰지.
집안을 살피려 이리저리 창문을 찾아 빙 돌아보지만-
넝쿨이 온통 휘감아 볼 수 있는 거라곤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과 책더미, 그리고 희미한 흥얼거림.
당장 노란 문 앞으로 달려와-
안녕하세요. 거기 누구 계세요? 똑똑 문을 두드려 보지만
기척이 없어 마음은 더 다급해져.
다시 창문 앞을 기웃대지만 그곳의 흥얼거림은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해.
호기심을 참지 못해 다시 문 앞에 서서,
이문을 당장 열고 들어가야겠다 마음먹었지.
하지만 어디에도 문고리나 손잡이가 없는 거야.
그렇게 창문만 기웃대다 수없이 문을 톡톡 두드려 보았지만
아랑곳하게 이어지는 흥얼거림을 들으며
결국 열지 못하는 문을 두고 돌아서지.
결국 넝쿨로 둘러싸인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어.
누구나 꽃을 보고 향기를 맡고,
흥미로운 색감을 보고, 창 너머를 훔쳐볼 수 있지만-
결국 손잡이 없는 문을 여는 방법은 몰랐던 거야.
사실 문을 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
그냥 쓱- 밀고 들어가면 되는 거였거든.
그런데 그들은 아주 간단한 방법조차 생각지 못한 거야.
보이는 것과 향기에 취해 다급함만으로
가장 쉬운 것을 놓친 바보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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