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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범 Nov 27. 2022

[책과 생각] 책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를 읽고.

이번주는 책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를 펼쳐봅니다.



책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는 20년간 출판 편집자로 일한 백지선 작가가 최후의 모계 사회로 알려진 중국 원난성 모쒀족에 대한 기사를 읽고 막연히 모계사회의 가능성을 꿈꾸다 2010년과 2013년, 차례로 아이를 입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서 새롭게 생겨난 가족의 형태인 비혼 입양 가족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낯설게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결혼과 출산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에서 많이 벗어나 있고 접하기 쉽지 않은 가족이라서 그럴텐데요. 이 책을 읽고 나면 '비혼'과 '입양'에 대해서 여러 모로 새롭게 눈을 띄게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책입니다. 아이에 대한 일화가 놀랍도록 상세하게 적혀 있어서 읽고 있는 내내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이를 키워본 적 없는 저로써는 여태까지 느껴본 적 없는 감정들을 책으로나마 느껴 볼 수 있었습니다.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입니다. 다 읽고 나면 육아는 '누가' 키우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며, 무엇보다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자신이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갖추어 나가면서 느낀 사회의 시선도 굉장히 날카로운 책입니다. 육아 일기를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드러나고 있는 한계점을 마주합니다. 출산율 문제와 더불어서 결혼율 급감, 이혼율 증가, 육아 스트레스, 아동학대까지,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현실태와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세웁니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깊이가 상당해서 읽는 내내 흥미를 돋게 합니다.


책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에서 읽었던 흥미로운 내용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한 번은 놀이터에서 둘째가 친구와 헤어지는데 인사를 하고 등을 돌리자 갑자기 친구가 "야, 너 입양됐다면서? 입양이 뭐야?" 그렇게 크게 소리쳤다. 둘째가 또 입양 사실을 '자랑'하고 다닌 게 틀림없었다. 나는 집으로 가면서 앞으로 학교 선생님 외에는 입양되었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에 친구를 만나면 가족에 관한 얘기를 남들이 다 듣는 앞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라고 일렀다. 그러나 얼마 뒤 아이는 학교에서 여러 가족 형태에 대해 배우는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자신이 입양되었다고 얘기했다고 했다.(중략)


아이들이 현재는 입양아에 대한, 한부모가족에 대한 편견에 접할 일이 별로 없다고 해도 세상에는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한 번은 불친절한 이삿짐센터 직원이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왜 아이들이 이렇게 다르게 생겼냐고 다분히 악의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나는 그냥 무시해 버렸다. 물론 그는 내가 입양을 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


책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181p~183p




아무리 사회가 개방적으로 바뀌어 간다고 해도 편견이 사라지지는 않겠죠.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편견들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편견이 무심코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죠. 결국 아이들이 더 좋은 사회에서 자랄 수 있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편견을 거두고 더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일 겁니다.


편견을 가진 사람들 자체가 문제인데, 때로는 그 사람들이 적반하장으로 도리어 화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들이 편견을 가지게 만든 당신들의 탓이라는 것이죠. 세상을 정말 좁게 보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 사람들을 전부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편견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지 모릅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으니 짧은 인생에서 굳이 안 좋은 사람과 어울려 다닐 필요는 없겠죠. 책의 말처럼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겁고 보람 있는 일만 하기에도 인생은 짧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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