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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May 13. 2024

짝사랑 호소인.

Official髭男dism-- Pretender 찬양글

(Official髭男dism의 Pretender를 듣고 오시면 더 더 더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



グッバイ

굿바이


君の運命のヒトは僕じゃない

너의 운명의 사람은 내가 아니야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코인 노래방에서 불러줘 알게 된 Jpop이 있습니다.

맨정신에 친구와 코인 노래방을 간 것도 거의 처음이라 쭈뼛대는 저와 다르게 친구는 다짜고짜 JPOP을 불렀는데, 생각보다 잘 부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오...아니 노래 잘하는데?' 싶었지만, 이내 띵곡을 부르고 있어서 그랬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정말 완전 일본어로만 가사가 되어 있어서 해석이 어려웠어요.


그래도 매번 후렴의 마지막에 '키미와 키레이다.' 너는 아름다워 라는 가사만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가사를 이해하지 못해도 가슴을 쿡쿡 찌르는 멜로디라인과 곡의 분위기는 절 한순간에 사로잡았습니다.


오피셜 히게 단디즘이라는 밴드의 'pretender'라는 노래더라구요. '가사가 더 좋아'라는 친구의 말에 가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짝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상황을 연극 무대 위 독백을 하듯 풀어낸 가사더라구요. 짝사랑을 1인극에 비유하며 시작되는 가사는


 '좀 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아니면 다른 상황이라든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평행 세계에서라도 사랑이 전해졌다면'


라며 짝사랑을 말해줍니다.

상대와 이어지지 않는 짝사랑의 감정을 '1인극'으로 비유해 무대 위에 상대방이 있지만, 내 이야기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정말 마음에 들었고,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두 번째 후렴 가사인데요.

それじゃ僕にとって君は何?

答えは分からない 分かりたくもないのさ

たったひとつ確かなことがあるとするのならば

「君は綺麗だ」이 부분입니다.

해석본은 맨 아래에 적어두겠습니다!


이런 짝사랑 노래인데, 왜 제목이 pretender일까? 싶었습니다.

한국어로 뜻을 찾아보니, 완벽한 대체어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니 군주제 폐지 등으로 인해 없어져 버린 작위를 주장하는 사람인 직위 요구자를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사전에는 가장하는 사람, 혹은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라고 쓰여있는데, 요즘 우리말로 하면 호소인? 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하네요.


곡을 쓴 후지하라 사토시는 왜 제목을 pretender로 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호소인, 없어진 작위를 요구하는 사람들. 어쩌면 pretender의 화자는 짝사랑 보다 끝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무대 위에 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을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가 아닐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 전하기를 아직 시작하지 못한 상황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 세상 모든 걸 시도해 봐도, 이번 삶에는 너와 이어질 수 없어. 이게 운명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무대라는 건 시간의 예술이고, 한번 시작된 무대는 막이 내릴 때까지 멈추지 않으니까. 이미 정해진 극본 속에서 아무리 로미오와 줄리엣이 발버둥 쳐도, 시나리오의 끝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그들의 운명이죠.

화자도 그런 마음에서 연극과 짝사랑을 비유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시작도 안 하고 찡찡대는 화자보단 더 멋있잖....)


정말 얼마나 가슴 아픈 짝사랑을 해본 걸까.... 괜히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아마도 화자는 굉장히 강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도 짝사랑을 해 본 경험이 많지만, 짝사랑이라는 게, 짝사랑으로 끝날 확률이 더 높잖아요.

저는 짝사랑으로 마침표를 찍을 때 pretender의 화자처럼 담담하게 짝사랑을 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거절당한 게 부끄러워서, 아니면 화가 나기도 했구요. 이보다 더한 행동은 고백을 하기도 전에 내 스스로가 상처받을까 봐, 되려 '그래 뭐 친구니까 그런거지. 어쩔 수 없고~' 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죽였던 것 같아요.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제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솔직하지 못했던 게 좀 미안하네요.

그만큼 스스로가 다치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를 많이 많이 제 마음에 둘렀던 것 같습니다.


근데 이 친구는 아니야. 가사가 정말 슬프거든요. 진짜 슬픔을 많이 덜어냈어. 세숫대야로 골백번은 덜어냈을 텐데. 아직도 누가 봐도 많이 아파 보이는데. 그렇지만 저런 가사를 꿋꿋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 보면, 많은 상처를 견뎌낼 줄 아는 멋진 사람일 겁니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구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굳이 화자가 남자가 아니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노래가 남자가 부른 노래이긴 하지만, 남자의 목소리 톤을 아득히 뛰어넘는 하이 노트 들이 많이 나옵니다. 최고음이 C#5였냐...우리가 말하는 3옥타브 도#인 셈인데요. 왠만한 여자 보컬의 톤이죠. 친구가 불렀을 때 '오....여자키로 부르네'하고 노래를 들어보니 그게 남자키더라구요. 이 정도 하이톤의 절절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여자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어쨌든, 친구에게 이 노래를 추천받고 나서 생전 팔자에 없던 JPOP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4월 한 달간 이 노래만 300번 넘게 들은 것 같아요. 일본 특유의 청량함에 꽤나 절제되었지만 그럼에도 그 틈을 비집고 새어 나오는 절절함이 아직도 제 가슴을 울립니다.


앞으로 짝사랑을 하는 친구가 있다면 제 에어팟 한쪽을 기꺼이 내주어 이 노래를 들려줄 생각입니다.

짝사랑을 막 시작한 친구에게는 '이렇게 되기 전에 빨리 행동해!'라는 힘을,

짝사랑 전선이 좋지 못한 친구에게는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끝까지 해봐야지.'라는 용기를,

짝사랑이 끝난 친구에게는 '너 스스로를 더 사랑하자. 이게 운명인 거지. 네가 못난 놈이라서가 아니다.!'

라는 응원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ㅎㅎ







それじゃ僕にとって君は何?

그럼 나에게 있어서 넌 뭐야?



答えは分からない 分かりたくもないのさ

답은 모르겠어 알고 싶지도 않고 말이야



たったひとつ確かなことがあるとするのならば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君は綺麗だ」

넌 아름다워



[jpop, 락 밴드 노래 추천받습니다!!, 저 ac/dc, deep purple부터 버즈, ft아일랜드를 거쳐 데이식스, 루시까지 안 좋아하는 밴드가 없어요!! 저의 락밴드 견문을 넓혀주실 분 언제나 환영입니다.]


++친구가 제 글을 보더니 자기는 여자키 기준 -1키로 불렀다고 합니다. 어쩐지 고음이 시원시원한게 원곡보다 더 듣기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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