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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May 09. 2024

전 고객센터가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든 연락주세요. ㅎ

그런 사람들이 있다.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사람들. 평상시엔 시큰둥하다가 필요한 정보가 있거나, 나를 거쳐서 무언가 홍보를 하고 싶을 때 나에게 연락하는 사람들 말이다. 옛날에는 그런 부류가 싫었다. 너무 기회주의적이랄까.


한번은 학과 2학년 과대를 하고 있었다. 21살에 난 사람과 연락에 정말 정말 진심이었다. 노트북에 카톡창 10개를 띄워놓고 동시에 카톡을 했을 정도였으니, 아주 인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2학기에 복학한 선배가 있었다. 나랑은 접점이 많지는 않았지만, 동기들과 팀플을 하면서 친해지셨었고, 나랑도 동아리가 겹쳐 인사를 하고 지내는 선배였다. 되게 나긋 나긋하고 성격 좋은 선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12월. 그 선배에게 선톡이 왔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연락이었다. 그래도 또 좋은 선배니까 친해지고 싶어서 열심히 대답을 해드렸다.

그랬더니 읽씹을 하셨다.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 감정을 잊지 못한다.

'내가 뭐 십호군가? 내가 만만해?'라는 생각부터 좀 화가 많이 났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이렇게 하는 건 선배라도 예의가 아니지! 어린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 뒤로 누군가가 나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연락이 오면 불쾌함부터 들기 시작했다.


또 한 번은 1년 간격으로 3학년 단톡방에 자기 일을 홍보하기 위해, 누군가와 연락이 닿고 싶어 나를 찾는 후배의 연락이 온 적도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정떨어졌다.

내가 굳이 이런 사람한테 마음을 주는 게 맞나 싶으면서도... '그래, 이럴 때라도 연락이 오는 게 어디야' 싶은 생각도 동시에 들고! 이쯤 돼선 해탈했던 듯.

그러다가 '인간관계 함 갈아 엎어?' 싶어서 괜히 카톡 친구창 훑어 보기도 하고.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아주 조금 바뀌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평소에 연락을 하지 않던 선배한테 연락한 적이 있었다. 목적이 있어서 하는 연락이라는 게 내가 싫어했던 부류의 사람들이 오버랩 돼서 내 스스로 별로였달까. 근데 또 일단 연락드리고 나중에 감사 인사드리면 되지. 싶어서 연락했다.

근데 그 선배는 '이러라고 연락하는 게 선배 아니겠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해라!!' 라면서 따뜻하게 말해주셨다.


좀 부끄러웠다. 21살의 마인드에게 내가 여태 벗어나지 못했나 싶었다. 사람이 사회로 나가면 연락도 뜸해지고, 거리가 멀어지는 건 당연한 건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매일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인간관계를 겪으면서 그 일정 거리에서 멀어지면 연락을 안 하는 거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회는 생각보다  더 바쁘고, 거칠다는 걸 취업 준비를 하면서 깨달았다. 가족, 애인, 제일 친한 친구들 챙기기도 바쁜 사횐데, 친구는 오죽할까.


가끔 '잘 지내냐~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난 널 소중한 친구로 생각한단다~'라는 의미를 담을 수도 있지 않나.

그 뒤로는 그런 연락이 오는 사람들에게도 반가움을 느낀다. 뭐, 이 사람이 날 필요로 한다면, 나도 언젠가 이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이런 생각? 이런 게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보다.



그래도. 연락할 때 예의는 지켜주세요.

용건 끝났다고 읽씹하면 넌 아웃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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