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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May 16. 2024

운명을 바꾸자. 상상력으로.

타임 슬립, 못 참지.

지난 글에서는 무엇을 해도 바꿀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인 ‘짝사랑 호소인’에 대한 글을 적어봤었습니다. 운명이라는 것은 인간을 압도하는 필연적인 결과, 숙명인데요. 현실에서 운명이 바뀌었다는 상황은 보기 정말 드뭅니다. (선재 업고 튀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해 주세요!!)


하지만 타임 슬립을 통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제일 먼저 뭘 하실 건가요.

저는 상상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축구를 할 때 골을 넣고 체육대회를 우승하는 상상, 길 가던 길에 차에 치일뻔한 학생을 구해주는 상상, 지하철에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등등….

일상 속 상상부터 아예 다른 세계관,  세상에 내가 떨어진다면? 같은 황당한 상상들도 하곤 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생각, 감정을 상상하며 자랐습니다.

그래도 그중 가장 재미있는 상상은 바로 ’ 시간을 뒤로 돌린다면….?‘이었어요.

좋아하던 친구에게 인생 첫 고백을 하고 실패한 날, 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시간을 돌리고 싶다.

딱 그냥 하루.

아니, 일주일? 혹은 한 달 전으로?

아니면 그 애 처음 봤을 때?


이런 생각을 몇 날 며칠을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또 수능을 본 날, 저녁에 가채점을 마치고 집 앞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면서 상상에 빠졌습니다.


‘국어 정답을 4개를 바꿨는데, 4개가 전부 바꾸기 전이 정답이네? 이거 안 고쳤으면 인생이 바뀌었겠는데? 딱 12시간 전으로 돌아가면 안 될까?’


역시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차마 재수하라고 할까 봐 이 얘기를 가족에겐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수를 권유하셨었지만)


이런 상상력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그런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드라마, 영화는 삶에 큰 재미를 주죠.


운명, 숙명을 바꿀 수 있는 시간 여행, 타임 슬립은 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인생 드라마 역시 ‘타임 슬립’을 하는 드라마입니다. 2012년에 했던 ‘프러포즈 대작전’인데요. 일본 드라마 원작을 한국식 리메이크한 작품이었어요.


주연은 무려 유승호와 박은빈!! 당시 20살 초반이던 두 배우의 풋풋하고 귀여운 케미를 볼 수 있는 작품이죠. 당시 종합편성에서 진행하는 드라마라 인기도 적었고, 다소 오글거린다는 평가를 받아 인기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 타임 슬립이라는 장르를 거의 처음으로 등장시킨 기념비적인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하고 싶은 드라마는 이 드라마가 아니고, 최근 유행 중인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입니다. 김혜윤님과 변우석님이 주연인 화제의 드라마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에 두 배우분 모두 나오셨었기에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러포즈 대작전과 선재 업고 튀어의 시작 부분이 비슷해서 좀 놀랐습니다. 프러포즈 대작전에서는 주인공인 강백호가 소꿉친구이자 자신이 20년간 좋아해 온 함이슬의 결혼식에 늦잠을 자며 시작됩니다. 그는 시간에 맞춰 식장에 도착하기 위해서 열심히 달리기 시작하는데, 그때 초반부 비는 오디오를 라디오 속 dj의 말로 채우죠.

선재 업고 튀어에서도 초반 라디오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선재와 솔이가 대화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타임 슬립물 초반에는 라디오를 통한 시대적 배경 전달이 국룰인가 봐요.


어쨌든 선재 업고 튀어에서는 우리가 상상만 하던 타임 슬립을 통해 운명을 바꾸는 행동을 초반부부터 보여줍니다.

내가 삶을 포기하고 싶던 순간, 나를 살게 해 준 최애가 어느 날 죽었다. 그의 죽음을 부정하며, 자신의 삶의 이유를 생각하며 슬픔에 빠져있던 순간,  그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된 타임슬립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1화였습니다.


2023년에서 2008년으로 타임 슬립을 한 임솔은 류선재에게 다가가고, 미래에서 알고 있던 정보를 활용해서 그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궁극적으로 그가 23년 1월 1일에 죽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미 1화부터 현실성 따위는 저 멀리 타임머신과 함께 날아간 드라마지만, 이 드라마의 매력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과거로 간다면’이라는 올타임 넘버원 상상력 소재를 활용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한다? 이런 재밌는 드라마가 또 어디 있겠어요.

심지어 살리고 싶어 하는 대상은 바로 kpop대스타. 현실 속에서도 ‘상상 속의 인물’같이 생각되는 사람들이 연예인들인데, 그 덕분인지 드라마에서 이클립스를 보는 거랑 현실에 kpop스타들을 보는 거랑 그리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런 애매한 거리감들이 수많은 덕질러들 마음속에 불을 질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타임 슬립을 하는 과정에서 임솔은 자신의 다리를 가지는 미래를 얻었고, 류선재와는 가까워지게 되었죠. 초반부의 약간의 반전이라면 남자 주인공은 미래에서 온 임솔의 행동과 관계없이 임솔을 먼저 좋아하고 있었다…라는 점?


전지적 덕질 관점에서 보자면

‘나만 알고, 일방향 사랑이던 내 최애와 나의 관계가, 알고 보니 쌍방향이었다. 심지어 내 최애가 날 먼저 좋아했다.’라는 미친 설정. 그래서 드라마 2화를 기점으로 드라마의 전개 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은 임솔이지 하면서 보다가, 알보 고니 류선재가 찐 주인공이구나 싶었습니다.


아직 드라마 엔딩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지만,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요소 한 가지가 어떻게 해소되는지가 핵심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좋아하던 프러포즈대작전을 인용하면서 제 나름의 엔딩을 생각해 봅니다.


프러포즈 대작전의 가장 큰 갈등 요소는 ‘첫사랑 함이슬이 자신의 야구부 코치와 결혼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였습니다. 강백호는 타임슬립을 할 때마다 함이슬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만 더 좋아지고 있었어요.

야구선수를 꿈꾸다 포기한 야구 용품 판매원에서, 야구구단 프런트로. 그 다음엔 심판, 2군 선수까지. 점점 자신이 원하던 야구선수의 삶에 다가가고 있었죠. 함이슬을 얻기 위한 타임슬립이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함이슬을 위해서 자신이 해준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타임슬립은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라도 함이슬을 구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그리고 결국엔 강백호행동으로 인해 그의 마음이 함이슬에게 닿으며 20년을 빙빙돌아 만난 둘의 해피엔딩으로 드라마는 끝납니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는 임솔이 이미 마지막 타임슬립을 하고 있죠. 첫 번째 타임슬립에서 임솔은 두 다리를 얻었고, 두 번째 타임슬립에서는 직장과, 류선재를 얻었습니다. 마지막 타임슬립에서는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임솔의 마지막 타임슬립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혹은 류선재를 위해 자신 희생하는 전개가 나온다면, 마지막에는 류선재가 임솔을 위해 타임 슬립을 하며 임솔을 구하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입니다.


타임 슬립물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전개가 탄탄하다는 생각이 드는 드라마인데요. 남은 회차가 기대됩니다!! 선업튀 파이팅. (프러포즈 대작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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