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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Apr 22. 2024

이어폰은 왜 이어폰?

이어(EAR)폰? 이어(CONNECT)폰

지난주 눈물의 여왕에선 백현우가 주운 MP3에 관련된 이야기가 떡밥이 해소되었어요. H가 각인 된 분홍색 MP3는 홍해인이 전학 가는 날 운동장에서 떨어트린 것이었는데, 백현우는 MP3를 떨어트린 홍해인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죠. 그의 첫사랑이 홍해인이었던 건데요.


여기서 반전은 홍해인도 백현우를 마주한 첫날 그에게 반했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그 둘은 아주 운명적인 천년의 사랑이다~라는 분위기를 만들었죠.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MP3보다 줄 이어폰에 더 눈길이 갔어요. 전 줄 이어폰의 감성을 정말 좋아해요. 중학생때 처음 생긴 mp3에 빨간색 헤드폰, 이어폰을 끼고 아이유의 기다리다를 정말 열심히 들었던 생각이 나네요. (널 기다리다 혼자 생각했어~)

제가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줄 이어폰을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군대를 가서 휴가를 나와보니 귀에 콩나물 한 개씩 끼고 다니는 게 트렌드가 되어있었더라고요. 꽤나 충격이었죠. 요즘엔 줄 이어폰을 사람들이 거의 안 쓰다보니 핸드폰을 사면 번들 이어폰도 안주고요... 슬프다.


이어폰은 왜 이어폰일까요? 귀를 뜻하는 EAR 때문에, 아니면 이어주다의 CONNECT 때문에?

전자의 이유로 이어폰이 되었겠지만, 한국에서는 후자인 이어주다의 숨은 뜻도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렇기에 한국 사람들이 이어폰을 나눠 끼는 것에 로망이 있는 게 아닐까요.


어쨌든 전 줄 이어폰이 무선 이어폰보다 더 낭만적이라고 생각해요.


줄 이어폰은 [이어폰을 나눠 낀 상대방과의 거리 = 상대와 내 심리적 거리]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거든요. 50㎝ 남짓인 둘의 거리만큼 심리적으로도 가깝다~ 라고, 생각하게 하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서로가 연결되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죠. 하나인 줄이 두 개로 분리되어 서로의 귀에 같은 음악을 전달해 주는 상황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라는 느낌을 주는 거죠.


요즘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브런치에 계신 분들은 모두 아실 거예요. 학창 시절 이어폰을 나눠 낀 남녀가 있다? 조만간 사귄다는 시그널이었거든요.

저도 고등학교 시절 야자시간에 PMP에 담긴 '로맨스가 필요해 2'를 그 당시 좋아하던 친구와 함께 봤었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어폰을 나눠 낀다고 항상 사귀는 건 아니네요.


줄 이어폰이 나오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 애인과 동네 산책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 노래를 같이 감상하는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혹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도 낭만적인데, 심지어 상대방과 내가 줄로 연결된 상황이 더 낭만적이잖아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어폰 길이 덕분에 상대방과 나의 사이는 닿을락 말락 한 거리인 50cm 남짓이 되고. 저녁에 선선한 바람을 타고 느껴지는 상대방의 향기라든지, 같은 노래를 들으며 같은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이 굉장히 낭만 넘친다고 생각합니다.

스킨십으론 충족할 수 없는 짜릿함이랄까요…? (....너무 변태 같은가?)


줄 이어폰은 또 상대방을 배려하게 되잖아요. 줄이 짧기 때문에 내가 머리를 움직이면 상대방의 이어폰이 빠져버리는 상황이 생길까 머리를 최소한으로 움직이는 긴장감. 상대방의 스타일에 맞춰 노랫소리를 낮춰주거나, MP3 사용법을 알려준다든지.

행동의 제약을 조금 안고서라도 상대와 함께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은 또 친구던, 애인이던 간 상대방을 배려하는 순간을 알 수 있는 포인트죠.

    꺄악!


눈물의 여왕에서는 백현우가 혼자 MP3를 듣는 장면이나, 홍해인이 혼자 듣는 장면은 많이 나왔지만, 둘이 같이 MP3를 듣는 장면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주말 4/27, 28일에 눈물의 여왕 본편이 마무리되는데, 예고편에 기억을 잃은(?) 홍해인이 자신의 MP3에 줄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두 주인공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매개체인 MP3를 활용한 드라마 엔딩이 된다면 너무 낭만적일 것 같지 않나요. (요즘 트렌드에 비하면 올드하지만 용두리 슈퍼 앞 평상에서 둘이 이어폰 나눠 끼고 노래 들으면서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을 상상하면 입꼬리가 승천합니다.)

서로의 첫사랑이었던 두 주인공이 MP3를 속[윤하:기다리다]을 함께 들으며 해피엔딩으로 드라마가 끝나기를 기원하며 오늘의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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