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지 뭐
나는 다시금 또 인생
최악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말았다
감정에 둔해지는 걸까
익숙해지는 걸까
삶의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꽃이 피는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인지조차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인생 최악의 스트레스를 느끼며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극복하여
다시 일어나 그것이 점차 무뎌질 때
나는 다시금 또 최악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말았다
계속 최신화되는 스트레스 순위표는
점차 권위를 잃어갔다
그저 인생을 짧게 살았던 것일까
아직 경험할 좌절들이 많이 남았는가
좋은 것들만 보고 느끼며 살기에도
나의 인생과 네 인생 모두 짧은데
왜 세상은 우리 엄마 같지 않은가
부정적인 감정들의 깊이가
무척이나 더 깊다고 생각하지만
긍정적인 감정들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를 생각은 안 하고
주구장창 땅만 파고 있다
파도처럼 요동치던 나의 감정선은
에너지가 없는 건지 무뎌진 건지
연못보다 고요해졌다
3일 동안 끙끙 앓던 문제들은
이제는 눈 깜빡하면 잊어버리곤 한다
사유를 집요하게 물어보며 집착하던 나는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그럴 수도 있지 뭐
1번부터 24번까지 팔레트의
모든 색상으로 세상을 칠하려 했던 나는
이제는 흑백으로 칠해버린다
그렇게 나는 무뎌지고 무뎌진다
흑백영화에 나오는
희미한 그림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