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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r 28. 2023

이빨이 빠진 거지 장기가 빠진 것이 아닙니다

삼둥이 이 빼기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작년(삼둥이 당시 7세) 1월의 일이다. 일하고 있을 때 오는 시어머니의 전화는 항상 불안하다. 어린이집에서 4시 30분에 오는 아이들을 봐주고 계시는 시어머니는 웬만해서는 일하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전화를 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전화는 그래서 삼둥이 중 누군가 많이 아프다던가, 지금 뭐가 필요하다고 데굴데굴 구르는 아이들에게 ‘봐봐, 엄마가 사온다잖아.’라는 답을 해주기 위해서 하는 전화이다.     

 

  전화를 받았는데 이건 뭐 상갓집이다. 모두가 울부짖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전화로 들린다.     

  “아아악!”  

  “안돼! 안돼! 흑흑흑흑!!!!” 

  “열매(둘째 태명) 어떻게 해!!! 이제 어떡해!!!”


  다급했다. “어머니, 무슨 일입니꽈???”


  사정은 이러했다. 어머니가 깎아주신 단감을 먹다 둘째가 이가 빠졌다. 삼둥이 중에 처음으로 이가 빠진 것이었다. 7살이 되었지만 나는 그 애들이 이가 빠지기 시작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이가 빠질 때가 돼서 빠진 이가 아니라 단단한 감을 먹다 잘못 빠진 것이 아닌가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빠질 때가 돼서 빠진 유치였지만.     


  엄마인 내가 아이가 이가 빠질 거란 생각을 못 했는데, 삼둥이들이라고 자신들이 이가 빠질 거라고 생각했을까. 분명 어린이집에서 먼저 이가 빠진 친구들이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자신들도 이가 빠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거다.     


  그러니까 그애들은, 이빨이 빠진 걸 보고 쇼크를 먹은 거였다. 둘째 입에서 이빨이 빠져 튀어나오자, 이빨이 빠진 당사자가 쇼크! 빠진 이빨을 보고 첫째, 막내 쇼크!      


  그 아이들은…자신의 신체가 그렇게 몸에서 떨어져 나올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앞니가 빠진 것이 그애들에게는 둘째의 몸에서 뭐가 부러지거나, 장기가 나온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정말 나로서는 그것까지 가르쳐 줘야 되는 건지 몰랐다. 엄마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려주고 가르쳐줘야 하는 건가요? 나는 말해줬어야 했다. 얼마 후면 너희들의 이는 흔들리기 시작할 거야. 누구든지 다 그래. 빠른 친구도 있고 늦은 친구도 있어. 빠르고 늦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야. 누구든 처음 난 이빨이 전부 빠지고 새 이빨이 나. 당연한 거고 무서운 게 아니야. 에효효효.     


  나중에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그 이빨을 두고 셋이서 땅을 두드리고 대성통곡을 한참이나 했다는 거였다. 안돼!!!!, 우리 열매 이제 어떡해, 으아아아악!!!!, 엄마! 엄마! 아빠아!, 흑흑흑흑.     


  둘째에게 이빨이 빠졌을 때 아팠냐고 물었더니, 아프지는 않았다고 한다. 근데 그냥 이빨이  빠졌다는 게 너무 무섭고, 놀랐다고 한다. 막내를 인터뷰해 보니 둘째가 당장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야 되는 줄 알았고, 너무 너무 놀랐다고 한다. 아, 그럴 때만 쌍둥이인 것인지 둘째의 놀람과 무서움이 첫째, 셋째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나 보다.      


  그 날 밤 양치질을 해주면서 보니 둘째의 빠진 이 옆에 있는 이도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날 빠진 이도 여러 날 흔들렸을 건데, 어휴휴.   

  

  그래서 그들은 그 날 태어나서 6개월 됐을 때 나온 이와 안녕했다.


  친구에게 들은 얘기가 있다. 친구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가 이가 많이 흔들렸는데, 밥을 먹고 났는데 그 이가 빠져 있더라는 이야기. 아마도 밥과 함께 꼴깍 삼켰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야기. 그래서 내 친구가 그 애 엄마에게 물었단다. 

  “혹시 나중에 그럼 변은 확인해 보셨어요?”

  그 엄마 하는 말. 

  “아휴, 내가 그것까지 확인했어야 하나요?”

  이렇게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를 하면서도 아이들은 에피소드를 만든다.     


  이를 두고 대성통곡을 한지 이제 일년 넘게 지났다. 현재 둘째는 4개, 막내는 2개, 첫째는 2개의 이가 빠져 나는 소아 치과의 단골 손님이 되었다. 아이가 없는 친한 동생이 말한다.    

 “언니는 맨날 치과 가더라. 걔네 그냥 한 번에 이 빼면 안 돼요?”

 “어허이, 얘야. 그럼 생니를 갖다 뽑으랴?”     


  태어난지 6개월 때 처음 난 이가 잇몸을 간질이면서 속삭였다. 

 ‘이제 분유 말고 딴 것도 먹어 볼 시간이 됐어.’

  그 이를 다시 밀어내며 새 이가 큰 소리로 말한다. 

 ‘이제 우린 아기가 아니야. 어린이의 시간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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