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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n 12. 2023

why 시리즈의 급습

심둥이에게 들이닥친 학습만화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문제의 시작은 why시리즈의 등장이었다. 삼둥이에게는 할머니의 여동생인 이모할머니가 계시는데 같은 지역에 살지 않아 가끔 뵙지만 삼둥이가 사랑해마지 않는 분이다. 그리고 그 분에게는 늦둥이 아들이 있는데 삼둥이에게는 아재라 불린다. 이제 중학생이 된 아재와 삼둥이는 여섯 살 차로 이모할머니는 아재가 보던 책들을 갖다 주시곤 한다. 그리고 이제 아재가 열심히 보던 why시리즈가 삼둥이에게 주어졌다.     


  지금까지 읽던 책은 그림책이다. 학습만화는 요즘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몇 번 들춰본 게 전부다. 그런데 그들에게 백과사전 같은 why시리즈가 등장한 것이다.      


  그들의 호기심을 동하게 할 것들이 많다. 이제 한글을 읽는 데는 어느 정도 자신도 붙었다. 자신들의 취향대로 굉장히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너무나 예상대로 첫째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둘째는 ‘파충•양서류’를 골랐다. 그리고 우리 귀여운 막내는 ‘사춘기와 성’???     


  아, 우리 아이들이 그런데 관심이 생겼구나.      


  그러나 다음 날부터 쏟아지는 질문에는 말문이 막히고 피곤이 업습했다.


막내: 엄마는 우리가 배에서 나왔다고 했는데 짬지에서 나온다던데?

나: 배에서도 나오고 짬지에서도 나와. 너네는 배에서 나옴.

막내: 아우, 너무 아프겠다. 난 애기 안 낳을래.

나: 그건 네 맘.

첫째: 엄마 그렇게 작은 곳에서 어떻게 아기가 어떻게 나와?

나: 그러니까 얼마나 아프겠니.     


(포경수술이 어떤 방식으로 수술이 이뤄지는지 정말 자세하게 나온 그림을 보고)

둘째: 엄마, 포경수술 아파??!!!

나: 안 해봐서 몰라. 아빠한테 물어봐.

둘째: 아빠는 한지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지 않을까. 작은 아빠도 오래됐을 거 같고, 이모부도 그렇고. 할아버지는 더 오래 됐겠지. 아재한테 물어봐야겠다!

나:…….     


여기까지는 뭐 괜찮았다. 그런데 이 책 의외로 수준 높고 자세하다. 머리는 점점 더 아파지는데!     

첫째, 둘째, 막내: 엄마!!! 낙태가 뭐야???

나:……뱃속에 있는 아기를 하늘나라로 보내는 거야.

막내: 왜애?

나: 글쎄, 아기를 원하지 않나?

둘째: 왜애?

나: 글쎄 다 사정이 다르고.

첫째: 왜 아기를 원하지 않아?     


  세상에 나오자 마자 환영받은 그들에게는 아기를 원하지 않는 세계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다. 그래,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그러나 할머니와 애착이 강한 둘째가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사춘기와 성을 가져와 펼치며 낙태 부분을 설명하는데 아우, 정말 너무 타이어드했다. 십 분이 넘게 할머니에게 설명했다. 원래 둘째는 자기가 알게 된 신통하고 신기한 사실을 어른들에게 전하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 알게 된 것도 그런 것일 뿐이다. 어쩌면 듣는 내가 피곤을 느끼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래, 여기까지도 뭐 넘어갔다.     


  그러나 다음 날, why시리즈 ‘사춘기와 성’은 아빠에 의해 수거됐고, 아직은 이르다는 아빠의 판단에 의해 집 어딘가에 유폐되었다. 그것은 막내의 마지막 질문 때문이었다.     


“아빠, 성도착증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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