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보다 마음이 고된 육아와 가사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왜 그는 50프로만 일해도 칭송받는가! 왜 나는 50프로를 일하는데도 비난을 받는가!
여기서 그는 삼둥이 아빠고, 나는 삼둥이 엄마다.
여기서 그와 나를 비교해 보자
연령: 그 42세, 나 43세.
6개월 내가 먼저 태어났으므로 큰 차이 없다
직업: 같은 직업이며, 같은 해에 들어왔다.
체력: 그-남자치고 현저히 떨어지는 체력, 나-운동으로 간신히 끌어올려 이 나이 여성 대비 평균은 되는 체력
힘: 성별차로 인해 그가 당연히 힘이 더 셈
육아 및 집안일을 하는 비율: 50:50
그렇다. 그와 나는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요모조모 따져봐도 50:50의 비율로 가사와 육아를 한다. 현재 내가 육아휴직 중이라 조금 비중이 높을 수는 있겠으나, 그가 육아나 가사를 게을리 해서 나를 분노하게 한 적은 없다. 그는 적극적인 육아의 주체이자 바지런한 주부이다. 또한 자기 몫의 집안일과 육아를 하면서 나에게 떠넘기려고 꼼수를 부리는 타입도 아니다. 근데 쓰다 보니 성별 차로 인해 그가 힘이 더 세니 비중을 더 높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
어쨌든 아주 평화로운 일이다. 아주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가사분담이다.
여기서 내가 가진 불만은 그에 관한 것이나 그의 육아와 가사의 양이 아니다. 그의 50프로의 가사와 육아가 너무나 평범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나의 불만이다.
정말 50대 50인 것인데 그가 받는 칭송과 내가 듣는 비난은 어쩔 땐 서글프다. 각계각층의 반응을 살펴보자.
일단 우리 엄마는 우리 집에서 내가 앉아 있고 그가 청소기를 돌린다거나 아이들을 씻기고 있을 때 상당한 불편해 한다. 우리 엄마는 또래 여성치고 나름 쿨한 스타일인데도 그렇다. 사위가 집안일을 많이 하는 것에 안심과 기쁨을 느끼면서도 자기 앞에서 내가 가만히 앉아 있고, 사위가 야무지게 움직이는 모습은 불편해 한다. 엄마의 대사는 이거다. “너도 엉덩이 좀 떼라.”
시댁에서는 반대로 내 스스로 나는 가만히 있고 남편이 움직이는 거에 대한 엄청난 부담이 있다. 전혀 티는 안 내시려고 하지만 아들만 빠릿하게 움직이는 데에 시어머니의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시댁에서 남편에게 밝은 목소리로 “나 지금 몸이 좀 안 좋으니까 설거지는 자기가 해줘~”라는 컨디션과 상황에 맞는 가사분담의 말을 하지 못 한다. 그래서 다정하게 옆으로 가서 속삭임으로 지시한다. “설거지는 너의 몫.”
그렇다. 친정 구성원, 시댁 구성원 모두 남편이 움직이고, 내가 멍 때리는 상황을 싫어하고 불편해하고 자연스러워 하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고, 과일을 깎고, 돌돌이를 돌려야 마음 편하고 자연스러운 장면으로 본다.
이 상황에서 집안일의 재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역시 남편이 그것도 한 수 위, 아니 열 수 위다. 나는 일단 청소를 해놓으면 뭔가 깔끔치 못하게, 설거지를 한다면 뭔가 아쉽게, 과일을 깎는다면 껍질이 살이 많게, 수박을 자른다면 닭 목을 치듯 수박을 내리치는(그래서 수박이 집에 있으면 아이들은 아빠가 와야 먹을 수 있다.) 사람이다. 재능도 없고, 센스도 없고, 그리고 이건 내가 마음을 고쳐먹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집안일에서 어떤 기쁨도 느끼지는 못 하는 사람이다. 반면 신랑은 빠릿한 일처리, 꼼꼼한 마무리, 사과 하나를 깎아도 균일하고 아름답게 깎는 사람이다.
체력적인 면에서도 한 번에 애 셋을 낳아버린 내가 한참을 딸리지 않겠는가. 아이고, 삭신이야.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초등학교를 입학한 지금, 나는 두 번의 육아휴직을 했다. 과거의 육아휴직도 현재의 육아휴직도 양가 가족 구성원 모두가 남편이 아니라 내가 하는 걸 당연시했다.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왜죠? 난 남편과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시기에 들어왔고 같은 직업을 가졌는데요. 나도 일하는 건 아니고! 돈 버는 거 좋아하는데요! 유능하진 않지만 성실하고, 그리고 일에서 오는 성취감 그런 거 좋아하는데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우리 남편과 나의 가사 분담 비율에 불만이 있거나, 하나하나 누가 많이 하나를 따지고 싶은 게 아니다. 나의 남편이 다른 남편에 비해 현저히 가사와 육아에 깊이 관여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함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 위안과 다행스러움, 또 조금 자부심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늘 50프로 이상의 칭송을 받고, 나는 50프로 이상의 비난을 받는다는 사실이 좀 슬프다는 것이다. 결국은 둘이 똑같이 하는 것인데 그의 50프로는 칭송의 대상, 나의 50프로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걸까. 그것이 나를 가끔 아찔하고 아리게 하는 것이다.
나의 친구들에게 내 남편은 유니콘 같은 존재, 대단한 형부, 정말 부러운 남편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찬사를 받는 일은 없다.
착한 남편을 뒀는데도 왜 불만이냐고요? 그러게요. 그래도 이렇게 불만을 이야기하고 칭얼거려 보려구요. 나중에 우리 막내가 혹시 결혼을 한다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아주 웃긴 옛날 얘기로 들릴 수 있기를. 그런 세상이 되는데 지금의 내 칭얼거림과 생각이 먼지 같은 도움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