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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Nov 14. 2023

초1 그리기 대회 수상 특급 비법!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일단 이 비법은 원래 그림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첫째가 하는 말! 반에 있는 누구누구가 그리기 대회에서 상을 자주 받는데, 선생님이 그때마다 그 아이를 불러서 상을 주신단다. 나 때는 있었던 전체 조회 대신 반에서 상을 주시는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 첫째 어린이 “엄마, 나도 애들 앞에서 상 받고 싶어.” 정말 상상도 못 한 바람이다. 처음 듣고 얼마나 재밌던지, 초1의 마음에 그럼 공명심이 있다니 귀엽기 짝이 없다. 그 바람, 들어주고 싶다!     


  허허, 장남아! 엄마 백일장 키즈 출신이야. 그리고 성인이 돼서도 많은 백일장을 나가면서 먼 훗날 내가 아이들이 생기면 아이들 데리고 같이 그림 그리기 대회, 글짓기 대회를 나가야지 하고 생각해 오던 터이다. 너는 나의 오랜 바람에 너의 바람을 더해 엄마를 자극시키고 말았지!     


  때는 2학기가 한달쯤 지나 10월, 이제 곧 백일장과 그림 그리기 대회가 여기저기에서 열릴 것이다. 삼둥이 어린이들은 아직 글짓기 대회에 나가기에는 이른 듯 하다. 완성되지 않은 한글과 조금만 글씨를 써도 팔이 아프다는 둥 쫑알거리니 글짓기 대회는 올해는 패스! 그럼 그리기 대회로 하자! 올 가을 세 번의 그리기 대회에 출전했다.      


  여기에서 알아보는 삼둥이의 그림 실력! 물론 엄마의 주관적 판단임.      


그들의 환경-삼둥이는 일단 막내가 2학기 되어 방과후수업으로 창의미술을 한 달 간 배운 것 외에 그림, 미술과 관련한 교육을 받은 적 없음. 집에 24색 외 크레파스밖에 미술도구 없음. 물감도 없음.     


첫째의 그림 실력-정말 말도 안 되는, 허허, 결과물을 보고 감탄해 주기도 겸연쩍은 그림 실력의 소유자. 뭐랄까, 저런 걸 추상화라고 하나? 그러나 그림 그리는 걸 실력에 비해 몹시 좋아하며, 하루에 일정시간 꼭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다. 결과물을 보여 주고 감탄 받고 싶어한다. 이런 성향이 반에서 선생님께 상장을 받고 싶어하는 야욕을 일으킨 걸까? 연필로 그리기만 했지, 채색은 해본적 없음.     


둘째-할 말이 없다. 그림 그리기를 전혀 좋아하지 않으며, 첫째처럼 상장을 받고 싶은 의욕도 없다.     


막내-셋 중에 탁월한 그림 실력의 소유자. 그림 느낌은 웹툰, 그중에서 생활툰의 그림 같은 느낌이다. 상상력도 풍부하여, 할머니 생일 때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생일 선물로 보석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한탄하시자, 보석이 내려오는 기계에서 할아버지가 보석을 받아 꽃다발과 함께 할머니께 바치는 그림을 할아버지에게 전달하여 결국 할아버지가 마지 못 해 할머니 선물을 사게 한 전력이 있다. 역시 연필로만 그리지 채색 경험 없음. 


 <첫번째 출전한 그리기 대회>

  살고 있는 지역의 캐릭터 그리기 대회 출전! 아, 축제에서 에어바운스를 설치해서 아이들의 마음이 홀랑 뺐겼다. 어르고 달래 그림을 그린다. 사과를 그리는 아이들. 아, 그런데 크레파스에 빨간색이 없네요…. 아이들에게 풋사과를 그리자고 설득! 풋사과와 핑크색 사과를 그리고, 배경을 칠하는데 아우, 이거 같이 칠해주는데 너무 힘드네요. 간신히 셋 다 완성! 막내의 그림에서 희미하게 수상의 기운이 느껴진다. 둘째의 그림에서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첫째가 너무 열심히 그리는데 못 그려서 슬픔이 느껴진다. 첫째야, 대충대충 그려….     


  다 그리고 에어바운스로 튀어가는 아이들. 셋 다 킥보드로 달아나는 바람에 아이들을 놓쳤다. 넓은 공원에서 아이들을 간신히 찾아내 혼내려는데, 막내가 에어바운스를 흘끔거리며 말한다. “엄마, 엄마! 빨리 혼내! 빨리!” 전의 상실이다.     


  첫째와 막내 그림 사이에 둘째의 그림을 끼워서 잽싸게 제출한다. 둘째의 그림은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낼 거야….     


  며칠 후, 막내가 입선이라는 생애 첫 수상을 하게 되고, 기쁜 나머지 직장에 있는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은 감탄 대신, 첫째가 속상해할 거 같으니 소식을 전할 때 너무 기뻐하지 말란다. 그래서 하교한 셋에게 일단 ‘첫째와 둘째는 다음에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라고 말한 뒤 막내가 상을 탔다고 말해줬다. 그러나 그 말을 듣자마자 첫째가 막내를 발로 차지 않는가! 막내는 내가 왜 맞아야 되는 건데! 하고 울부짖고.      


  시댁에 가서 막내가 나타날 때마다 “캐릭터 그리기 대회 입선 수상자 등장입니다!” 하고 박수쳐 줬다. 막내는 번지는 미소를 어쩌지를 못한다.     


<두번째 그리기 대회 출전!>

   이번에는 한 주 후 고구려 그리기 대회! 문제는 고구려가 뭔지 모르는 삼둥이.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급하게 고구려 주몽과 소서노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유튜브 관람. 아, 근데 여기서는 왜 달고나 체험을 해요. 왜 고구려 의복 체험을 해줘요. 왜 한 시간마다 진짜 말을 타고 장군님들이 등장을 해요. 이거 너무 재밌잖아요.      

 

  그림을 그리는 중에 너무 몸을 움직이고 싶어하는 어린이들. 그 와중에 지우개도 안 가져와서 싸우다 결국 옆에서 그림 그리는 가족이 빌려주는 사태! 달고나 때문에 그림에 집중 못 함! 간신히 완성! 셋 다 비전문가가 봐도 수상 불가! 그 와중에 둘째의 그림은 제출하기 너무 부끄러워서 남편이 제출 못 하겠다 선언! 남편과 둘이 둘째의 그림을 몰래 내 에코가방에 넣음! 결과는 셋 다 수상 못 함! 괜찮아, 괜찮아. 달고나 많이 먹었으니까.     


<올해 마지막 그리기 대회 출전!>

  아, 가장 재능 있는 막내가 그리기 대회를 나가기 싫다고 한다. 자기는 주제가 정해져 있는 그림이 싫단다. 아니,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은 어린이가 이러면 어떻게 해요! 그러나 우리의 첫째, 자기는 그리기 대회가 너무 좋단다. 그리는 것도 너무 좋단다. 나는 여기서 하나의 깊은 깨달음을 얻었는데 아이들의 생애 내내 막내가 그림에 가장 두각을 냈기 때문에 그림은 막내가 좋아하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첫째도 늘 끼적거렸으나 막내의 실력이 좋기 때문에 막연히 막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거라 생각한 거다. 그러나 실력이 안 좋아도, 누가 봐도 못 그려도 그건 그림을 좋아하는 문제와는 다른 거다. 첫째는 못 그리지만 누구 보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게다가 이번 그리기 대회는 늦게 도착했다. 둘째는 방랑화가답게 괴발개발 그린 후 축제장을 누비고, 첫째와 막내가 열심히 그렸다. 결과는 막내 장려! 첫째 입선? 네? 첫째도 상을 탔다구요? 이거 뭐여….     


<초1 그리기 대회 수상 특급 비법>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초1 그리기 대회 수상의 특급 비법은……. 바로 그리기 대회 참석과 그림 완성이었던 것이다. 하하하하. 일단 양육자가 그리기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가서 아이를 참석시킨다. 여기부터가 진입 장벽이 높은 양육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 그림을 완성하기! 빈틈없이 채색하기! 이거 초1에게 어려운 일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 아이가 색을 정해 칠하면 같이 크레파스를 들고 같은 색으로 칠했다. 적극적인 양육자들은 거의 본인의 작품이다시피 하게 도와주지만 나는 그러진 않았다. 귀찮아서…. 그리고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 애들이 그린 밑그림, 애들이 정한 배경의 색이 훨씬 웃기고 재밌는 그림이었다.


  그리하여 첫째와 막내는 문화상품권 1장씩을 획득하며, 생애 첫 수상과 생애 첫 소득 발생을 이루었다. 그리고 첫째가 고대하던 반에서 선생님이 상장을 전달해주는 그림도 곧 완성되겠지. 나는 늘 살림에는 숨 죽은 풀처럼 맥아리가 없는데 이런 일은 적극적으로 나선다. 엄마 말대로 난 어떤 면에서는 유난인 엄마인 걸까?     


  요즘은 삼둥이들이 학교에서 동시를 배우는데 첫째는 ‘엄마, 동시 98가지가 떠올라.’라는 둥, 셋이 앞다퉈 동시를 지어서 발표하는 등 나를 또 혼란스럽게 한다. 막내는 ‘선생님이 준 땅콩 하나, 열어보니 원 플러스 원.’이라는 시로 나를 웃게 만든다.      


  오호라, 내년 봄에는 글짓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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