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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Dec 04. 2023

태어난순간 너희는 너희가 해야 할 모든효도를 다한거란다

삼둥이가 태어났을 때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삼둥이는 28주 6일에 태어났다. 28주 6일이라니. 삼둥이라는 걸 감안해도 아주아주 이른 주수다. 삼둥이일 경우 그래도 33주나 34주 정도까지도 버티던데 나와 우리 아이들은 그걸 못 버티고 28주 6일에 나왔다. 버티신 엄마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나처럼 못 버티신 엄마들 괜찮아요, 괜찮아! 그 며칠 전 양수가 터졌고, 며칠을 버티다 28주 6일에 출산을 한 것이다. 많이 바라지도 않고 10월 말에만 태어나길 바랐건만. 그런데 나중에는 하루만 더 채워서 29주라도 채웠으면 하고 그 하루도 정말 아쉬웠다.  12월이 예정인 아이들이 9월에 나왔다. 겨울에 나올 아이들이 늦여름에 나온 셈이다. 


  첫째는 1.1kg, 둘째는 970g, 막내는 1.1kg. 셋의 몸무게를 합치면 단태아 한 명의 무게이다. 다행히도 그리고 놀랍게도 자가 호흡을 하며 나왔지만 신생아 중환자실로 직행해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다. 


  먼 훗날 하신 시아버지의 말씀.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아이들을 처음 보고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못 했지만 ‘저 애들이 사람 구실하기는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하셨단다. 엄마에게 그 말을 하니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눈은 가려져 있었고, 다리의 굵기는 내 손가락의 굵기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나의 심정은, 글쎄. 놀랍게도 나는 슬프거나 안쓰럽거나 하는 마음이 거의 들지 않았다. 그저 일이 이렇게 되었구나라는 생각 뿐 슬픔이나 안타까움의 마음은 많이 들지 않았고, 놀랍게도 아이들이 잘못 될 거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당연히 잘 클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사실은 너무 힘들어서 애써 그렇게 자기 위안을 한 거 아니냐고 하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생각해도 그저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당연히 잘 클거야라고 심상하게 생각했다. 그냥 내 성격이 원래 그런가 보다 싶다. 나의 무의식이 너무나 큰 일을 두고 애써 회피하려 했다? 아니요, 안 그랬다니까요. 진짜 괜찮았다니까요. 멀쩡한 의식을 두고 무의식까지 뒤적이기요!


  그렇게 아이들은 정말로 정말로 잘 컸다. 셋 중에 무게가 처지는 아이도 없었고, 셋 다 정말 잘 먹었다. 퇴원 후에는 몸무게가 너무 빨리 불어 걱정돼서 신생아 중환자실에 전화해서 물어볼 정도로 잘 컸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미숙아들은 돌 전까지는 좀 때꾼한 미숙아같은 얼굴이 보인다는데 우리 애들은 얼굴에 그런 모습도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 아이들은 이미 태어난 순간 자신들이 해야 할 효도를 다한 거다. 나의 생각은 늘 그렇다. 저 아이들은 태어난 순간 자기가 해야 할 몫의 효도는 다했다고. 아이들에게 자기들이 해야 할 효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나지만, 그래서 저 말에는 어폐가 있겠지만 말이다. 


  저 생각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효도를 태어난 순간에 다 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유효할 듯 하다. 


  키우면서 우리 아이들 보다 몇 달 늦게 태어난 아이가 말을 더 빨리 한다거나, 더 빨리 걸었다거나, 기저귀를 빨리 뗐다거나 그런 것에 한 번도 속상하거나 조바심낸 적이 없다. 그 몇 달이 뭐라고. 몇 달 일찍 태어나서도 저렇게 건강한데. 저거만큼 대단한 게 뭐 있다고.  


  삼둥이 중 하나가 받아쓰기에서 십 점을 맞은 순간(십점은 너무 한 거 아니요!)도 잠깐 훅 올라오다가 1분도 안 되어 가라앉는다. 받아쓰기가 뭐라고. 건강하면 됐지. 


  아이들에게도 너희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정말 작게 태어났는데 지금 이렇게 잘 크지 않았냐고. 원래 행운의 아이들이라고. 그래서 아이들의 수 천 가지 별명 중에 하나가 행돌이, 행째, 행순이다. 하하하.


  거기다 다들 작게 태어난 와중에 젤 작았던 둘째는 현재 첫째, 막내 보다 5cm 정도 더 크고 가장 활발하고 밝은 성격이다.


  학교에 들어간 지금 순진하고 빠릿하지 못 한 삼둥이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늘 그랬듯 생각하는 것이다. 28주 6일에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내 눈 앞에서 깔깔거리며 뛰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뭘 더 바래야 하나. 저 아이들은 행운의 아이이고, 나는 행운의 엄마이지 않은가.


  언제나 되뇌이자. 저 아이들은 태어난 순간에 자신들이 해야 할 모든 효도를 다 한 것이다. 더 바랄 것도 없다. 더 바랄 수도 없다. 


  아우, 나 이러고 애들 하교하면 또 뭐라 그러고 소리 지르겠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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