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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Dec 19. 2023

성별은 상관 없지, 근데 세쌍둥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삼둥이의 성별은 무엇인가!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내가 세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고 인정의 단계에 이르자 스멀스멀 삼둥이의 성별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사실 충격의 단계에서는 내 자신과 아이들의 안위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앞서서 뱃 속 아이들 성별에 대한 궁금증은 안 들었다. 만약 단태아를 임신했다면 처음부터 성별이 궁금했으려나. 나는 아이가 셋이지만 임신과 출산은 한 번 겪었다. 단태아를 임신하는 느낌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로망을 가지고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단태아 엄마들은 셋을 임신한 나의 경험을 궁금해 하지만, 사실 내 입장에서는 단태아를 임신하는 것도 가보지 않은 길이니까 말이다.  


  결혼했을 때는 아이 둘을 가지고 싶었고, 아들 하나, 딸 하나 이렇게 원했다. 아니면 딸 둘. 


  이제 삼둥이를 임신했으니 경우의 수는 네 가지이다. 딸딸딸, 아아아, 아딸딸, 아아딸. 내 마음의 순위는 1위 아딸딸, 2위 아아딸, 3위 딸딸딸, 4위 아아아였다. 일단 성별이 섞이길 원했고, 섞인 와중에 딸이 둘이었으면, 그렇게 안 된다면 전부 딸이길 원했다. 


  나는 엄마, 언니와 오래 같이 살았고 사실은 아들을 키운다는 거, 남자가 집에 있다는 것이 막연히 어색했다. 아, 그러고 보니 아들이 아니어도 남편이 집에 있구나. 딸이 없는 삼둥이 조합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아들맘들 그냥 개인적 취향입니다! 


  그리고 대망의 성별 공개 진료의 날! 첫째! 아들이네요. 아, 근데 나는 첫째가 아들이라는 말에 놀랍게도 안심을 하고 말았다. 이 경험은 나로서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감정이었는데, 내가 내심 마음속 어딘가에 아들을 가지고 싶다라는는 생각을 하고 있었나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늘 오로지 딸, 딸내미가 최고야!라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첫째가 아들이라고 말하는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니. 정말 내 자신에게 놀랐다.


  그리고 둘째는 확인이 잘 안 되나 딸일 것 같다! 그때 느낀 느낌은 환희! 난 아들과 딸 조합을 만들고 말았어!!! 그래, 셋인데 이 정도는 해주셔야지? 아니 대체 누가 해줘?


  막내는 딸! 오호 금상첨화로구나! 나의 1순위가 이루어졌도다!!!


  삼둥이의 성별은 양가의 초미의 관심사. 진료를 받고 시부모님과 식사를 했는데 남편이 장난으로 셋 다 아들이라고 하니까 시아버지가 껄껄껄 웃으셨던 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간 성별에 대한 언급은 한 번도 안 비치시더니 은근히 아들 셋이기를 바라셨나.


  언니는 네가 아들 셋이었으면 울고불고 난리를 떨었을 거라나.


  시골에서 자란 나는 라떼만 해도 형제 구성원이 자매인 경우는 드물었다. 꼭 끝에 아들이 붙어있는 삼남매 정도의 구성이 많았다. 그 와중에 우리 엄마는 단 한 번도 아들을 원한적이 없는 진취적인 아줌마였다. 그런데 삼둥이 중에 첫째가 아들이라니까 좋아하신다기 보다는 안심을 하셔서 나를 아연하게 했다. 자신이 딸만 낳아 딸들도 딸만 낳을 줄 알고 걱정하셨다나. 언니와 나는 둘다 장남과 결혼했으니까 내심 신경을 쓰셨나 보다. 대체 장남이 뭐간대.


  그리하여 삼둥이는 아딸딸로 밝혀져 겉싸개도 하늘색 하나와, 분홍색 두 개로 마련하였으나, 늘 희망 1순위를 획득하는 삶을 사는 내가 아니었으니. 다음 진료부터 둘째가 아들일 거 같다는 말을 들었고, 결국 2순위 아아딸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지금 초1의 아아딸은 건강하게 지내니, 지금에 와서야 그까짓 성별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정말, 진짜로, 하늘에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다. 건강하기만 하면, 튼튼하기만 하면 아들이고 딸이고 네버 네버 네버 상관없다. 그리고 당연히, 몸이 약한  아이도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아이는 아이 자체로 오롯이 빛나는 별이니, 별에게 성별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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