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Dec 27. 2023

삼둥이 임신 중 이미지 트레이닝! 그 결과는?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삼둥이를 임신했다는 것에서 오는 정신적 충격이 끝나고 인정의 단계, 그리고 성별 확인까지 한 후다. 나는 아들, 아들, 딸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것도 한 번에! 으라차차!     


  두려움은 가시지 않는다. 나는 임신 기간 정말 드럽게 고단했는데 그냥 누워만 지냈다고 볼 수 있다. 낮과 밤은 완전히 뒤바뀌어, 날이 새고 잠이 들어 어둑해지면 하루를 시작했다. 밤새 책을 읽거나, 불안한 마음에 여러 가지 상상을 했다.     


  그래, 행복하고 즐거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자. 남편과 사귀었을 때 첫 원거리 데이트를 한 곳이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이었다. 나에게 그곳의 이미지는 평화의 느낌, 행복의 느낌이다. 자, 삼둥이 엄마여, 그곳을 상상하자. 너는 건강한 아이를 셋 낳을 것이다. 아들, 아들, 딸인 그들은 밝고 귀여운 아이들일 것이다. 그 아이들이 다섯 살 정도 되었고, 우리 가족 다섯은 아침고요수목원으로 소풍을 간다. 개구쟁이인 그들은 수목원을 뛰어다닐 것이고, 우리는 뭔가 베이지색의 옷을 입어야만 해! 여자아이는 원피스! 남자아이들은 멜빵바지! 나는 그때 살이 빠져있을 것이야! 밀짚모자를 쓰는 거야!!! 초록의 숲길과, 빛나는 햇살.      


  자, 대형을 생각해 보자. 여자아이를 가운데 두자. 여자아이를 가운데 두고 남편과 내가 양쪽에서 여자아이 손을 잡는 거지. 그리고 여자아이 손을 잡고 남은 손으로 남자아이들 손을 잡는 거야. 그러니까.      


아들1-아빠-딸-엄마-아들2     


  이렇게 걷는 거야! 그림 같아. 나 울어. 까르르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초록색 숲에 퍼지고, 반드시 살이 빠져있을 청순한 나의 모습!     


  저 대형으로 아침고요수목원을 걷는 이미지를 정말 많이 상상했다. 나는 너무 힘들었고, 상상할 시간이 많던 마지막(실로 마지막이었음을….) 시기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런 상상을 한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놀구 있네~~~     


  그렇다. 그 상상으로부터 5년이 지나 아이들이 정말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일단 아이들은 베이지색 옷을 입지 않는다. 뭔가 수채화같은 그런 느낌의 옷을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으며, 엄마인 나도 그런 옷이 왠지 청승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원색의 옷을 입혀야 애들이 예뻐 보이는 촌스러운 취향의 엄마였다.      


  그리고 첫째 아들, 1학년인 현재도 야캉이라는 프렌치불독 애착인형을 끔찍이 사랑하는 그는 4살 무렵부터 강아지가 프린트 되어 있는 옷이 아니면 입지 않았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검색하다가 강아지-특히 프렌치 불독-가 프린트 되어 있는 옷을 발견하면 나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현재는 야캉이는 사랑하지만 다행히 아무 옷이나 입는다.     


  또한 둘째 아들. 그는 그 시절에 자신을 빨간색 공주(왕자가 아니다!)라고 불러 달라며 빨간색에 집착하고, 주로 빨간색 옷을 입었다. 현재는 자신이 그런 적 없다며 발뺌 중이다.     


  이미 베이지색 옷을 입을 수는 없는 상태이지 않은가. 그리고 또 그때의 가정이 여실히 틀렸다는 것. 나는 살을 빼지 못 했다….      


  그래도 억지로 애들에게 옷을 입힌다고 치자. 우리 삼둥이 중 마스코트인 그녀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녀가 남아 있다. 막내인 그녀 역시 당연히 베이지색을 입지 않는다. 그리고 원피스? 가당키나 하나요.     


  아, 의상과 내 살의 상태는 접어두고 일단 그 대형으로 걸어볼까라는 생각조차 안 듭니다.     


  내가 막내의 손을 잡으면 다섯 살 때의 막내가 빽 소리 지른다.      

  (손가락을 틀어 손을 빼며) 엄마! 나 엄마 손 안 잡을 거야! 아빠 손 잡을 거야!     


  아니, 엄마가 딸 손을 잡는 게 화낼 일이여? 세상에, 나의 이미지 트레이닝 구석구석 중 어느 부분에서도 딸이 내 손을 안 잡을 거라는 건 계산에 없었다구! 멍멍이 옷을 입고, 빨간색 옷을 입고 걷는 건 그렇다 쳐도, 진짜 딸이 내 손을 매섭게 뿌리칠 거라고는 계산하지 못 했다. 너는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생머리를 흩날리는 귀여운 소녀라구. 근데 너는 엄마 손을 거부하는 어린이 깡패 소녀구나. 그리고 인상이 센 아빠를 찍은 듯이 닮았구나. 허허허. 아, 생머리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곱슬이라는 것도 나는 계산하지 못 했어. 


  계산 오류. 그러나 개구쟁이이고 밝은 아이들이라는 것은 맞으니 이 정도 계산 오류는 참아 두기로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성별은 상관 없지, 근데 세쌍둥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