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었어?

by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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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었어?”


누구에게는 그저 ‘끼니’를 해결했는지를 묻는,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질문일지 모르지만, 또 누구에게는 하고 싶은 말, 물어보고 싶은 것들,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때,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아 보내본 적이 있는 문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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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랑할수록 소심해진다.

정확히는, 하나의 마음을 표현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절차를 스스로 거친다. 심지어는 그렇게 표현한 마음마저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정해놓은 선보다 상대방이 정해놓은 선이 우선시 되고, 그 선을 어떻게든 맞춰보려 안간힘을 쓰다 보면 우리는 점점 소심해진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필연적인 소심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전에는 무엇을 했는지,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었는지, 혹은 기쁜 일이 있었는지, 컨디션은 어떤지, 어젯밤 잠은 잘 잤는지, 불쾌한 꿈을 꾸진 않았는지, 오늘 듣는 음악은 무엇인지 같은, 너무 깊숙한 질문일까 봐 차마 꺼내지 못하는 질문들을 뒤로하고 끝끝내 선택한 문장이 “밥 먹었어?”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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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사랑을 확증한 사이에서는, “밥 먹었어?“라는 질문이 한없이 따뜻한 안부를 묻는 말이 될 때도 있다. 소심함의 산물이 아닌, 다정함의 산물로서 나오는 끼니 안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어찌 됐든, 끼니를 묻는 인사말에는 선한 마음이 담긴 것은 변함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가 가깝든 멀든, 호의적인 마음을 잘 나타내주는 문장이지 않을까.


“밥은 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