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국은 비릴 거라는 편견을 버려.
제철음식이란 게 무색해지고 있죠.
그럼에도 가을 제주에는 갈치호박국이 제철음식이에요.
음력 7월부터 10월까지 밤에 낚아 올린 갈치를 ㄱ+ 아래아 +슬갈치( 슬의 시옷도 삼각형의 반시옷이 원래 음가입니다. 그래서 제주어에는 중세언어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지금 이 음가를 발음할 수 있는 분들은 노년층이 유일합니다)
오늘은 갈치호박국을 만들었습니다.
제주의 속담에는 가을갈치(고슬 갈치)에 가을호박(고슬 호박)으로 끓인 국이 최고의 음식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아, 생선국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생선 비린내의 화학구조 등이 나와야 하지만..... 그런 건 건너뛰고
생선국이 가능한 이유는 생선이 신선해서예요. 생선은 죽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비린내가 나기 시작하는데 잡자마자 후루룩 끓여서 먹기 때문에 비린내 없이 시원합니다.(하지만 생선국은 생선냄새가 납니다. 육고기 냄새가 나지는 않아요. 우리 지도교수님은 갈칫국을 끓이는 날이면 생선냄새가 싫어서 밥 안먹고 학교에 갔다고 하세요.)
갈치호박국은 갈치의 감칠맛과 호박의 단맛이 어우러져 단맛이 살짝 돌면서 맛있어요.
원래 전통조리방법은 맹물에 갈치를 넣고 끓이며 다진 마늘이나 생강 등 냄새를 제거하는 향신채를 쓰지 않아요. 간은 간단하게 소금으로 합니다.
그러나, 육지사람들의 예민한 생선냄새 감지력과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되므로 다시국물을 내고, 생강즙도 살짝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1. 갈치는 은비늘이 붙은 상태에서 지느러미와 내장을 제거하고 3~4 센티미터 정도의 길이로 토막을 낸다.
2. 늙은 호박은 껍질을 법기고 씨를 긁어낸 다음 도톰하게 썰고, 우거지 배추는 적당한 크기로 손으로 툭툭 자른다.
3. 청양고추는 동글동글 썰고, 홍고추는 씨를 빼고 가는 채를 썬다.
4. 다시마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토막 낸 갈치를 넣어 한소끔 끓인 후 나박나박 썬 호박과 우거지 배추를 넣고 다진 마늘을 함께 넣어 비린내를 날린다.(뚜껑을 덮지 않는다)
5. 청양고추, 홍고추를 넣고 국간장으로 색을 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 큰 갈치보다는 중간정도 크기의 갈치가 맛있다. 크면 살만 퍽퍽하다. 큰 갈치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 여기서 육지사람들을 위하여. 여기에서 쓰는 호박은 우리가 생각하는 초록색 애호박이 아닙니다. 노란 늙은 호박을 씁니다. 육지부는 대부분 호박죽 정도를 쑤어 먹는 늙은 호박을 제주에는 호박탕쉬라고 늙은 호박을 이용한 반찬도 많이 먹고 국도 끓이는 등 요리의 종류가 좀 더 다양합니다.
*제주 토종배추로는 구억배추, 퍼대기 배추가 있습니다. 김치 담는 호배추보다는 얼갈이배추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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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호박 갈칫국. 맛있다. 물론 맛은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