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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공부하기-3.5 n 2.5

유학생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제주학생생활기

by 인유당

미용실, 병원, 약처방, 치과, 은행- 유학생 코스라고 한다. 비싸고 가기 불편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이 아니건만 방학에 육지에 와서 가는 이유.

1) 공부가 좋아서

2) 제주에서의 생활을 단조롭게 만드느라고

3) 육지에 오면 공부에 집중이 안되니 시간을 다른 데 이유 있게 쓰기 위해

4) 단골이어서 가면 말없이도 일이 착착 진행된다. 그런 자연스러운 조용한 흐름이 좋다. 설명하는 걸 싫어한다. 뭐랄까 나의 설명은 구구절절이다. 간결하게 정리가 안된다. 그런 자신이 싫다.

5) 각종 은행과 증권회사가 몰려있는 타운이 가까이에 있다.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방학이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다.

방학이면 육지에 올라와 꽤 분주한 생활인(학생 아니고)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한 학기 6개월 3.5달은 제주학생, 2.5달은 육지 주부이다. 어디에 있으나 결국 해내야 할 총량은 정해져 있어, 학기 동안 잠시 미루어둔 일들을 수행하느라 2.5달의 육지 주부생활은 좀 고달프다.(일을 몰아서 하게 되어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그다지 좋아하지 못해서. 20년을 넘게 했고 여전히 해야 하지만 이 일은 도무지 좋아지질 않는다. 심지어 무뎌지지도 않는다.)


제주에서는 수행하듯 지낸다. 생활은 단조롭다. 제주라고 생활이 없는 거 아니지만(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피한다. 자발적 유배. 그리고 이상적인 나의 삶이 있다. 자동차 없고, 집에 가전제품 없고, 일부러 불편을 자처한다. 비건을 지향하는 채식인이다. 혼자 눈뜨는 아침, 하루 종일 말 안 해도 되고, 집은 내가 해놓고 나간 그대로 있고, 그 누구의 흔적도 없는 공간. 뭐 이런 시간을 꿈꾸었고 대략 이루었고 만족한다.


방학은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이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이라 한다.

이번 방학은 영어공부를 해서, 원서 보는데 불편함을 줄이고 싶었다. 영어논문 원서를 대하는 두려움, 막막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려 '문장 읽기', '문장해석하기' 등의 교재를 구입하고 수업을 따라가려 했다.

하고자 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 정성을 쏟아야 한다. 진리다.


그러나 생활인이고, 느슨하게 풀어진 태엽이고, 정서적인 멘탈이 안되었다. 해야 할 일은 있지만 '미루기'인지 '절박함 부족'인지 원인과 이유를 알 수 없이 그냥 하루하루가 간다.


안타깝다. 후회한다. 모든 게 끝나고 지나고 나서이다.

1) 사람사람사람. 사람들 만나러 나가면 밥 먹고 수다. 반나절 내지 하루가 훌쩍 간다. 재밌으면 그만이지 이런 거에 의미 찾고 길바닥에 까는 시간과 정신력 생각하고... 난 너무 많이 따진다. 그런데 효율적으로 사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런 내적 모순.

2) 영화, 연극, 전시회. 제주에 더 많지만 생활을 단조롭게 하느라, 그리고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알아서 포기. 수도권에서의 문화생활은 접근성이 좋다. 전철....

3) 부모님 계신 고향방문. 의무와 책임. 부모님에게 도리를 다해야 하지만 기차, 이동, 대화, 식사 등...... 정신노동 감정노동.

딸로,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애기들아 고마워. 너네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줘서. 그리고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해 줘서. 이건 내가 내켜서 하는 품목) 살아가는 일은 왜 이리 힘겨운 걸까.

4) 이번엔 결혼식도 있다. 사촌오빠 딸이니 멀고도 먼 사이고, 그냥 축의금만 보내는 게 서로 남는 장사 아닐까... 싶은데..... 어쩌다 가는 게 기정사실화 되었다.

5) 집안 총무. 가족 회비를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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