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가졌는가? 인유당은 복도 많지.*
내가 가진 부와 복을 자랑하는 일도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자랑해라. 가진 것을 고마워하면 복이 복을 부른다. 고로 더 큰 행운이 따른다.
말하지 마라. 남의 샘을 부른다. 귀하게 간직해라. 겸손과 겸양.
글쎄 뭐가 맞을까. 나는 감정표현이 즉각적이고 폭발적인 편. 이런 감격을 숨기지 못한다. 그리고 내 복을 이야기하면 더 큰 복을 끌어당기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질 않은가. 나는 복 있는 사람이다, 잘될 운명입니다...라고 하면 정말 될 거라 믿는다.
사진은 내가 투고하려고 준비한 논문이다. 2월 말에 와서 첨삭받으라는데 못 받았다. 그래서 어제 석사지도 세미나에 들어가, 석사논문준비생들 논문 지도가 끝난 후, 내 것을 내밀었다. 봐주십사... 는 아니었고, 준비했고 썼다는 걸 보여드리려고 프린팅 해서 들고 가 꺼내놓았다. 늦은 시간이었고, 이미 석사지도생의 논문지도로 진을 다 빼신 상태여서, 다음에 보자고 하실 줄 알았다. 나는 그냥 이 정도 했음이라는 보고 차원이었다. 이것도 일종의 전략일지는 모르겠으나, 지도교수님을 만나러 갈 때는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뭐가 되었건 써간다. 제목일 때도 있고, 참고문헌일 때도 있고, 최근에 읽는 관련논문의 요약일 때도 있다. 참고문헌 같은 건 좀 자세히 보시고, 다른 것들은 쳐다도 안 보실 때도 많다. 내용을 봐달라는 게 아니라, 그래도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보고하는 거다. (저 놀지 않는다고요) 처음엔 안 보셔서 섭섭했다만, 이제는 이해한다.
지도교수라는 분은 텍스트의 바다에서 늘 허우적거리는 직업이다. 웬만해서는 안 읽고 안 보고 싶으신 거다. 의무로 읽어야 하는 것도 너무 많으시다. 텍스트에 늘 지친 사람들, 멀미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걸 안다면 그분들의 많은 것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행동할 수 있다.
목차도 봐주시고(엄청난 수정을 요함), 내용을 다시 물어봐주시고, 분량이 정해져 있으니 불필요하게 길게 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꼭 필요한지, 약간 이상한 단락으로 보이는 곳에서는 꼭 물어보셨다. 각주를 그 부분에서 꼭 필요한지도.
그러니까 꽤 시간을 들여 요소요소 성의 있게 봐주셨다.
덧붙이신 말씀이 인상 깊었다. 게재 거절을 당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걸 받아들이는 것도 겪어봐야 하는 거니까. 그러나, 첫 투고부터 그렇게 힘들게는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러니, 게재될 만큼의 논문이 되게 투고 전에 미리 봐주겠다.....
우리 지도교수님은 동양철학 전공이신데, 공자, 부처의 지도법으로 지도하신다. 제자의 근기를 봐서 각각에게 맞는 '눈높이 지도'를 하신다. 내 멘털을 걱정하신다. 나는 그리 강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덧붙이자면 거기에 회복탄력성도 떨어진다. 그걸 알고 계시는 거다. 외강내유, 유리멘털......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제목 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