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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탓이 아니었어-디지털 지능

컴퓨터 포비아, 디지털 포비아 , 내 잘못으로 귀결.

by 인유당

나는 디지털 지능이라는 말을 이런 의미로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디지털 치매라는 말이 있는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데 지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사용하려고 했다만, 마땅한 말을 찾아 헤매는 중.


디지털 치매는 문명의 이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로 치매와 유사한 인지적 저하를 경험한다는 것. 치매라는 것은 비유적인 의미이다.

이것저것 의미를 생각해 보니, 내가 말하려는 것은

컴퓨터 포비아 혹은 디지털 포비아에 가깝다. 첨단 기기와 인터넷 이용에 대해 지나친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단다.


아이폰을 쓰다 잠깐 6개월 정도만 쓰려고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꾸었다. 6개월 정도만 쓸 작정이었기에 구입당시 가장 저렴한 보급폰을 골랐다.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사양(스펙)이 조금 낮고, 무엇보다 강하게 품질저하를 느낀 건 찍은 사진이었다.

무어라 딱히 뭐가 불편하다고 꼭 집어 말할 수 없지만 저렴폰은 나에게 자주 ㅅㅂ을 불렀다. 반응속도가 살짝 느린 게 엄청 크게 느껴졌고, 터치에 무감한 기계를 미워했다.

이제 와 생각하니 미안한데, 난 어쩌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갔다면 사랑받았을지도 모르는 핸드폰을 무작정 미워했다.


핸드폰을 바꾸고 나서 한두 달 동안 많이 미워했고, ㅅㅂㅅㅂ하는 순간이 많았다. 2년 약정까지 못쓰겠고, 어서 바꿀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 물건구매를 못하는 거다. 이건 어떤 종류의 무능력일지 모르겠다만, 물건을 사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며, 물건 구매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는데 엄청난 피로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집에 물건이 없으며 심플하냐면 그렇지도 않다. 제대로 된 물건을 구매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잡동사니가 그득하다. 물건에 대해 주관도 없고, 취향도 없으니 엉망이다. 인간사, 인생사, 생활은 물건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물건을 많이 사지 않으니 경제적으로 아끼며 절약하는 사람이냐 하면 그 또한 아니다. 물건 구매를 제대로 못하니 엉망으로 돈을 쓰고, 돈이 넉넉하지 않으니 물건을 보는 안목을 키울 기회가 없고, 그러니 아무 싸구려 물건이나 사들이고, 그리하여 돈을 낭비하고...뭐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내게는 있다.


아 이야기가 또 산으로 가고 있다만 정리하여 핵심적인 말만 하자꾸나.

핸드폰을 바꾸었다. 최신폰을 사전 예약으로 구매했다. 그러나 새 폰을 받고 사용을 해보고 알았다.

나의 버벅거림은 핸폰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 이었다. 다 내 탓이다.

기계를 다루는 일에 능숙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폰을 주면 뭐 하나, 제대로 사용할 줄을 모르는데.

나를 원망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은 급변하는데 나는 적응하기를 주저한다. 새로운 기술을 외면하고 살기엔 내게 남은 평균적 기대수명의 삶은 아직 많이 남았다.

익히고 적응하고 능숙해져야 하는데....멀미가 난다.

이렇게 투덜댄다고 다른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든지 새로운 기술을...배워야 한다. 공부가 필요하다.


새 핸드폰, 최신폰을 샀다. 최신이란 너무 많은 기능과 너무 많은 옵션이 나를 기다린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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